퇴임을 앞둔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떠나는 자의 소회를 풀어 놨다. 서 총장은 오는 23일 ‘서남표식 개혁’을 외친 지 6년 반 만에 카이스트 총장직을 떠난다. 전임 러플린 총장처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한다.
서 총장은 “앞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 가면 미국에서부터 KAIST까지의 경험과 혁신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을 쓸 계획”이라며 “카이스트는 잘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간에 떠나지만 자신의 방향은 옳았다는 속마음의 우회적 표현이다.
이에 문화적 차이를 핑계삼아 섭섭함을 표현했다.
이어 “과학기술자는 동료가 아닌 역사와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그동안 모바일 하버처럼 안된다고 했던 일들이 모두 이뤄졌다”며 카이스트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미국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취직 어려워졌을 때 우리가 젊은 교수 60명을 데려왔고, 젊은 교수들의 수가 350명에 이른다”며 “앞으로 5~10년 뒤 KAIST는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총장은 지난 2011년 초 이후 발생한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 이후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요구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7월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됐지만 해임안 처리가 거듭 연기됐다. 서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사퇴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