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사망’ 일병 유족 “국가배상법 개정 촉구…3당 대표 면담 요청”

홍정기 일병, 복무 중 제때 치료 못해
“희생에 정당한 대가 치르는 국가 만들어 달라”
  • 등록 2024-09-10 오후 12:31:25

    수정 2024-09-10 오후 12:31:25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 유족이 여당인 국민의힘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조국혁신당의 대표에게 국가배상법 개정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고(故) 홍정기 일병의 모친 박미숙(왼쪽)씨가 1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의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홍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늘 한 번 더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여전히 나라 지키러 갔다가 희생된 아들이 합당한 대우와 명예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이것은 우리 정기뿐 아니라 이 땅의 여러 군 사망 사건 유가족들이 함께 겪고 있는 아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이중배상 금지’란 헌법 조항 때문에 군인, 경찰은 국가의 과실로 사망해도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로부터 배상은 발을 수 없다”면서 “이 때문에 수많은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이 보상과 배상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황당한 선택지를 부여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와 관련해 사망한 군인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은 법이 정한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보상을 받았다고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겪은 손해를 물어주는 배상 책임이 사라질 수 있겠는가. 이 황당한 법의 문제를 지적해온 지 오래됐다”고 했다. 아울러 “세 분 당 대표님들께 요청 드린다. 국가배상법과 국가유공자 인정 문제는 저희 뿐 아니라 사망 군인 유가족들이 모두 공통으로 겪는 황당한 비애”라면서 “사람 죽었을 때만 반짝 관심가질 것이 아니고 죽기에 앞서 안전한 군대를 만들어주고, 희생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국가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앞서 법무부는 2023년 5월 전사·순직한 군경의 유족이 재해보상금 등 보상과 별개로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시 장관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홍 일병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한 대표는 박씨와 지난해 12월 15일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홍 일병은 2016년 3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로 입대 7개월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소속 부대가 상급 병원에 빨리 보내지 않고 며칠 간 부대 안에 환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국가에 2019년 3월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10월 13일 홍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 일병의 순직이 인정되면 홍 일병의 부친에게 보후 보상금이 지급돼 위자료까지 받게 되면 이중배상으로 간주 된다고 판단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유족이 구걸하듯 보훈처를 찾아다니거나 국가에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억울한 죽음에 더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인”이라며 말했다.

한편, 22대 국회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신장식 의원 등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대표 발의해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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