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선사에 새롭게 인도되는 컨테이너 선박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선 공급이 수요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공급과잉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분간 컨테이너선 운임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로 꼽히는 HMM의 실적도 전년 대비 7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영국의 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 MSI는 최근 발간한 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컨테이너선 수요를 2억1760만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컨테이너선 공급은 6.4% 늘어난 2740만TEU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 (자료=해운업계) |
|
MSI는 이번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 수요가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하다가 하반기 소폭 반등하리라고 내다봤다. MSI 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물동량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3분기 이후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률도 점차 확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내내 신조 인도가 대거 이어짐에 따라 컨테이너선 수요보다 공급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리란 게 MSI 분석이다. MSI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은 현재 선대의 30%에 이른다. 이 때문에 2023년 197만TEU, 2024년 266만TEU, 2025년 247만TEU로 3년간 신도 인도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MSI는 컨테이너선 스팟(spot·단기) 운임이 올해 내내 약세를 나타내리라고 전망했다. MSI 측은 “지난해 4분기 대폭 하락한 단기 운임은 올해 들어서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여름 성수기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완만한 회복이 기대되나 올해 전반적인 약세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3주 연속 상승하고 있으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세를 띠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올해 평균 SCFI는 972.55로, 전년 평균치인 3410.20보다 71.5%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 압력으로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조 선박 발주로 최소 2024년까지는 공급과잉의 수급불균형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촉발한 글로벌 긴축 기조가 수요를 강하게 억제하고 있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요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던 HMM의 실적이 올해엔 큰 폭으로 하락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는 전년 동기 대비 76.9% 감소한 7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2분기에도 지난해 2분기보다 75.4% 줄어든 72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 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가 만선(滿船)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HMM) |
|
다만 HMM 등 국내 해운선사들이 각자 업황 대응력을 개선하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지진 않으리란 게 업계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HMM은 원가 효율성이 높은 초대형 선박을 대거 발주해 선대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을 강화했고 주요 손실 원인이었던 고비용의 장기용선 비중을 축소했다”며 “호황기 확보한 재무 완충력도 업황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MSI는 건화물선(벌크선) 운임은 예상보다 빠른 체선 완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약세를 띠리라고 전망했으며 유조선(탱커) 운임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와 미국 원유 수출 확대 등으로 강세를 띠겠다고 내다봤다. 또 러시아 석유 금수에 따른 항해 거리 증가 역시 유조선 운임의 상승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