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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유가 폭락에 석유 공급업체는 물론이고 원유 시추회사 등 글로벌 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심지어 원유 시추에 사용되는 송유관을 생산하는 철강업체에도 위기의 불똥이 튀고 있다. 저(低)유가에 에너지 업체들이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양 석유시추업체인 트랜스오션의 채권이 유가폭락에 정크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전망했다.
무디스의 스튜어트 밀러 부사장은 이날 “트랜스오션의 91억달러 채권이 정크 수준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랜스오션의 현재 신용등급은 ‘Baa3’으로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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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부사장은 “유가 폭락과 이에 따른 석유의 해양 굴착 수주 악화는 회사에 대한 리스크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트랜스오션의 부채는 104억달러에 이르고, 이자보상배율도 마이너스(-)0.56으로 좋지 않다. 아무리 영업으로 이익을 내더라도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단 얘기다. 트랜스오션은 지난해말 1주당 16달러로 반년 만에 65%가량 급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금리와 에너지 개발 붐에 호재를 부르던 업체들이 유가 폭락에 한꺼번에 주저앉으면서 줄도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석유, 가스회사 등 에너지 회사들의 대출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르며 2010년보다 55% 가량 급증했다. 채권 리서치 기관인 크레딧사이츠(CreditSights)는 사빈느오일가스, 포레스트오일, 베노코 오일 등 소규모 에너지업체 25곳이 파산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W.베어드의 다니엘 카츠젠버크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회사들은 공급과잉이나 유가 하락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며 “많은 회사들의 재무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WBH에너지는 은행들이 추가 대출을 거부하면서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투자은행 MLV의 채드 마브리 애널리스트는 “일부 은행은 에너지 생산업체들에게 향후 유가가 하락할 경우 어떻게 상황을 컨트롤할 것인지 대한 자구책을 제공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