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하나금융..재계약 등 대응책 모색

[이데일리 이학선 이준기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는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적격성 심사를 보류하고 외환은행(004940) 인수 승인 여부를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본 뒤 결정키로 한 것에 대해 당황하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유죄면 매각 명령을 내리면 되고, 무죄면 승인을 해주면 되는 것인데, 이런 결정이 나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직원들도 당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론스타 적격성 심사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별개라는 게 금융위 입장 아니었냐"고 반문한 뒤 "이런 결과가 나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승인 연기로 불어닥칠 파장을 고려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지난해 11월말 체결한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오는 24일까지 당국의 승인과 외환은행 인수대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금융이나 론스타 어느 한쪽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돼있다.

특히 과거에도 국민은행이나 HSBC 등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계약이 파기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6년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으나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이유로 계약대금 납입을 연기하자 계약을 파기한 적이 있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매수자측인 HSBC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이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외평판 훼손은 물론 주가하락,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 등으로부터의 소송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자회사 배당과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약 5조원의 돈을 끌어모은 상태다.   하나금융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후폭풍이 만만치않을 것"이라며 "주가하락과 소송 가능성 등 걱정스러운 부분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내일(13일) 이사회를 열고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론스타와 재계약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뒤 적절한 시기에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어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재계약이 성사될지 아직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