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 `먹통` 내부 소행?..24시간째 `미궁`(종합)

농협, 협력업체 직원 노트북 진원지로 지목
고객 피해 불가피.."피해 확실하면 보상하겠다"
금융당국 "검사통해 원인 규명 조치 취하겠다"
  • 등록 2011-04-13 오후 6:51:30

    수정 2011-04-13 오후 6:56:39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농협중앙회의 전산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은행권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사태에 대한 원인 파악도 못하는 등 상황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농협은 정보기술(IT) 직원들이 작업 도중 내부채널과 외부를 연결하는 중계 운영(IBM) 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정확한 진원지를 못찾고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당국까지 나서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번 사태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보상 문제도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사실을 고객들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보상 과정에서 법정다툼까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 진원지는 협력업체 직원 노트북? 농협 측은 일단 사태의 진원지로 IT본부 분사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을 지목하고 있다. 이 노트북을 통해 장애 유발 명령이 내려졌으며,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자체적으로 모든 서버를 차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내부자가 실수했거나 고의로 전산망을 마비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농협 측은 현재 직원 실수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고의성에 대해선 일단 부인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직원이 일부러 그런 짓을 할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외부 전문 보안업체와 공동 조사를 통해 원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이 같은 의혹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경찰 등 외부 수사기관에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서울 양재와 경기도 안성 등 2곳에 전산센터를 두고 있다. 이중 양재에 위치한 IBM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백업시스템을 갖춘 주 서버가 아닌 IBM서버가 마비되면서 사태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농협 측은 단계적 복구 작업을 통해 오늘 중 시스템 복구를 완료해 모든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오늘 밤 12시 모든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장애 발생 원인은 전산 시스템 복구 완료 후 집중 분석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 고객들 "황당하다"..금융당국도 `촉각` 고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전산장애가 수시간 내 해결되는 게 통상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의 전산망이 장시간 마비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 측이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고객들의 불신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현재 농협 창구에서 가능한 거래는 ▲창구 입·출금 ▲예·적금 거래 ▲여신 상환 ▲타행 송금을 포함한 무통장입금 ▲외화환전 ▲농협카드로 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 입출금 ▲주택청약 ▲신용카드로 통장 출금 등이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고객들의 항의로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고객은 "오늘 오전까지 전산망 정상화를 알려왔다가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 아니냐"며 "고객들만 불편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농협 측은 "고객피해접수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피해가 확실하다면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IT 인력과 담당 RM 검사역 3명을 농협에 파견했다. 우선 전산망 복구를 지원하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사를 통해 원인 규명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농협의 전산장애 등 금융전산사고와 관련, "고객의 정보보호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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