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이데일리 이도영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하는 강경한 발언을 하자 여당 내부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의대 증원이 숫자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날을 세우며 또다시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대통령은)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하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썼다.
|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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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후보는 이어 “지난달 29일 저를 비롯한 11명의 국민의힘 체인저벨트 후보자 일동은 윤 대통령께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다. 정치 지도자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최고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대국민 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다.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라며 “저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집중하시라”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규모이며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통일된 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2000명 규모의 합리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즉각 윤 대통령과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당장 총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정 갈등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열린 박수영 국민의힘 부산 남구 후보 지원유세 도중 “의사 증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국민 건강에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숫자(2000명)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 저와 국민의힘은 (의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다수의 국민은 의사 증원에 공감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며 “저희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 정부·여당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이상 강 대 강 대치로 국민만 희생자가 되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며 “다시 한번 정부에 강력히 건의한다.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재논의를 촉구한다. 의사, 정부, 시민단체, 외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 등이 모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증원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