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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 중 한 명이자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회장인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규모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최대 30%까지 파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견뎌냈다”며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이 있긴 했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고, 여전히 놀라울 만큼 낮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으로) 에너지 수출이 막혔지만 남반구와 새로운 무역관계를 발전시켰고, 국내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에서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FT는 원유 수출이 급증한 것이 러시아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주요7개국(G7)이 주도한 유가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G7, 유럽연합(EU)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배럴당 60달러를 초과하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해 서방의 운송 보험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하는 유가상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원자재 정보업체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올봄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50% 급증했다. 국제 시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한 덕분이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지난 7월 이후엔 보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 FT 자체 분석 결과 지난 8월 해상으로 운송된 러시아 원유 가운데 4분의 3이 서방의 해상 운송 보험을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봄 50%에서 크게 확대한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러시아는 연말까지 원유 생산을 줄여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등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서방에 역공을 펼치는 모습이다. 최근엔 흑해 곡물협정 중단에 이어, 휘발유·디젤 수출까지 중단하며 판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가 식량·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러시아는 되레 서방이 금융 시스템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벤 힐겐스탄 KSE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원유 운송 방식은 변화했고, 유의미한 유가상한제 시행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놓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