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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참여자들은 25년 만에 전면 개편하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의 방향성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글로벌 금융회사가 거래규모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있는데 굳이 규제 통화인 원화 거래 시장에 들어올 실익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사 직접 참여,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대 개편
한국은행·기획재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서울외환시장협의회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추가 공론화, 외국환 거래 법령 및 시행령·규정 개정, 국내 금융회사의 준비 등을 걸쳐 내년 7월께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JP모건, 씨티 등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을 외환당국의 인가를 받은 ‘인가 외국 금융기관,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로 명명, 이들이 서울외국환중개 등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물환 및 스와프 거래가 허용된다. 또 외환시장 마감 시간이 오후 3시반에서 새벽 2시까지 무려 10시간 반 연장된다. 런던 시장은 물론, 뉴욕 시장 초반까지도 커버가 가능해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변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실시간 호가 제공 및 거래 시스템, 일명 ‘대고객 외국환 전자중개 업무(어그리게이터·Aggregatior)’를 도입한다. 기존에 국내 기업이 외환을 매매할 때는 주거래은행을 통해서만 주로 거래했으나 앞으론 실시간으로 주거래 외 은행 뿐 아니라 RFI 등 전 금융사가 제시한 호가를 보고 최적의 가격을 찾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외환시장은 낡고 좁은 도로 체제로 이 도로로는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좁은 도로로 안정성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수십 년된 낡은 2차선 비포장 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 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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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사, 많이 들어와도 적게 들어와도 걱정”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방향성은 공감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이성희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NDF거래는 달러 계정만 있으면 되는데 원화 현물환 거래는 원화 계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NDF수요가 제도권으로 흡수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2010년 이후 글로벌 금융 규제 강화에 NDF 거래 비용이 상승해 국내 시장에 직접 참여하길 원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있다는 의견이지만 NDF시장은 차액만 달러화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사가 굳이 RFI를 할 실익이 적다는 반론이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야간 시장은 열어놨는데 RFI가 활발하게 들어오지 않을 경우 시장에 유동성은 없고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지게 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RFI가 활발하게 들어와도 걱정이다. 국내 은행의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대한 우려다. 문 섹션장은 “야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현물환 시장 뿐 아니라 NDF시장 역시 보완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내은행의 NDF 접근성은 외은 지점보다 제한적이라 야간 시장이 이런 상태에서 내년 7월 개설되면 국내 은행이 야간시장에서 얼마나 의미있게 대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발 더 나가 원화 자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본부장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많이 했는데 왜 제대로 영업이 안 될까를 생각해보면 원화가 규제통화이기 때문”이라며 “원화 대출 허용 등 자유화를 향해 더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