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여성의 날 되돌아본 한국 여성의 현실

[기자수첩]
  • 등록 2022-03-08 오후 3:57:41

    수정 2022-03-08 오후 9:55:15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유엔(UN)이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한 3월 8일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권’을 위해 대대적 시위를 벌였던 1908년 3월 8일을 기념하고 있다. 20세기초만해도 선진화된 미국에서조차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저임금에 시달렸고, 선거권조차 없었다.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울려퍼진 ‘빵과 장미’는 여성들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상징했다.

114년이 지난 지금 여성권리는 괄목할만하게 신장된 것처럼 보인다. 참정권은 물론 교육과 사회진출 기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도 금지돼있다. 그 뿐인가. 한국 여성은 징병제도에서 자유로우며, 직장에서 힘든 노역을 강요받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2022년 여성의 일과 법’ 보고서에서 한국은 190개 나라 가운데 61위에 그칠까.

여성의 경제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8개 분야(이동의 자유·직장·임금·결혼·육아·사업·자산·연금과 관련한 권리), 즉 여성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법적 지위와 권리는 남성(100점) 대비 85점, 하지만 임금지표는 25점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은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고 있으나, 대한민국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이에 한참 못미치는 셈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8일 오후 여성근로자 차별금지 및 성평등 구호 등을 외치며 서울시청에서 대학로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한 여성학자는 페미니즘이란 남·녀의 대결이 아닌 ‘문명 이후 지속해 온 여러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에서 계급·사회적 지위, 경제적 자립도나 수준 등 복잡한 생존 방정식을 풀어가야하는 시대다. 빵과 장미는 시대적 과제를 다했다. 대신 여전한 유리천장, 가사노동·육아의 편중, 성폭력 등 개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다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20대 대선에서 조차 여성정책은 실종상태로, 외려 ‘남성 역차별’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된다. 여성 투표권마저 이렇게 ‘헐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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