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택배대리점協, 택배기사 표준계약서 놓고 '신경전'

오는 27일까지 국토부 택배업 신고 마감
CJ대한통운 표준계약서 미협의 상태로 제출
계약해지 조건 담은 부속합의서 분량만 20쪽 넘어
국토부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 검토해서 조정할 것”
  • 등록 2021-10-26 오후 2:58:30

    수정 2021-10-26 오후 9:28:53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과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사항이 담긴 표준계약서 작성을 놓고 택배대리점연합회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에 따라 주계약 내용은 확정됐지만 계약해지 조건 등을 담은 부속합의서 작성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사회적 합의를 이룬 택배업계가 표준계약서 때문에 갈등이 재점화할될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박스의 면적과 높이,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컨베이어벨트에 옮기는 ‘인공지능(AI) 로봇 디팔레타이저’를 상용화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사진=CJ대한통운)
26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표준계약서에 들어가는 부속합의서 작성을 놓고 한 달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 시행에 따른 국토교통부 택배업 신고기한(10월 27일) 내에 완성된 표준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협의중인 양 측의 내용을 담은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생물법은 택배, 음식배달 등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 관리와 종사자 보호를 위해 지난 7월 27일부터 시행된 법이다. 국토부는 생물법 시행에 따라 택배기사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으면 6년간 택배사업자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영업점 단위에서 택배종사자의 안전·보건조치가 이루어지는지 본사가 직접 점검토록 했다.

CJ대한통운과 택배대리점연합회가 각을 세우는 부분은 귀책사유 건이다. CJ대한통운 측에서는 생물법에서 다루지 않았던 귀책사유로 인한 해지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현장 기사들의 반발이 우려되고 고용 안정이라는 생물법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사측과 협의된 계약서를 바탕으로 당장 다음달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기사들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기존 대비 해지 조건이 강화된 계약서를 받아든 기사들과 노조 측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의해서 만든 표준계약서는 약 8쪽 분량인데 비해 CJ대한통운이 추가한 부속합의서는 20쪽을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받아들여질 경우에 일선 택배 대리점도 기사들과 총 30쪽 분량이 넘는 계약서를 사용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희가 공고한 표준계약서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 검토를 통해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표준계약서를 제출했다. 다만 CJ대한통운 수준으로 해지조항 등이 세세하게 담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진의 경우에는 대리점연합회와 협의없이 표준계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표준계약서로 인해 다시 사측과 노조 등의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정을 해줄 것”이라며 “생물법이 관련 종사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만큼 고용 보장 등 내용에 있어서 회사보다는 대리점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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