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850원에 팔아요”(이마트)
“그럼 저쪽보다 10원 더 낮추겠습니다. 840원!”(롯데마트)
“우리는 업계 최저를 고수합니다. 830원!”(이마트)
“여기서 질 순 없죠. 우리도 830원입니다”(롯데마트)
|
롯데마트는 이날 ‘1년을 기다린 상품혁명’이라며 국내산 냉장 삼겹살을 840원에 판매한다고 신문광고까지 했으나 불과 한나절만에 허언이 됐다.
이 바람에 롯데마트의 할인행사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매장을 찾은 고객이 삼겹살을 더 비싼 값에 산 웃지못할 결과가 벌어졌다. 가격에 민감하고 충성도가 더 높은 고객들에게 일종의 패널티를 물린 것과 비슷하다.
롯데마트는 어제(24일) 오전만 해도 삼겹살을 100g당 980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마트가 최초 책정한 가격(850원)을 보고 부랴부랴 가격을 840원으로 낮췄다. 그것도 이마트보다 10원 낮은 가격을 매겨 상대를 자극했다. 곧이어 이마트가 삼겹살 가격을 830원으로 내리며 반격에 나서자 롯데마트는 이날 또다시 가격을 낮췄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삼겹살 가격이 높아선 곤란하다는 영업점의 요구가 있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매장을 방문해 삽겹살만 사는 고객은 드물다. 고객들은 채소나 주류를 비롯해 다른 생필품도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롯데마트로선 삼겹살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상품에서 이익을 내면 전체적으로 남는 장사가 된다. 삼겹살을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삼은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이마트와 롯데마트 양자구도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매출과 점포수에서 대형마트 1위는 이마트, 2위는 홈플러스, 3위는 롯데마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마트는 1위인 이마트와 경쟁하는 곳이 홈플러스가 아닌 자신들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착한 가격’(홈플러스) 대신 ‘통큰 가격’(롯데마트)이 더 친숙하게 여겨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보다 못한 홈플러스는 이날 삼겹살 가격을 100g당 990원에서 850원으로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이마트의 첫 삼겹살 가격을 보고 아차 싶었겠지만 후속대응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며 “이제부터는 소비자들이 ‘미끼상품에 당했다’거나 ‘낚였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상품공급과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대형마트, '10원 전쟁' 재점화..이번엔 삼겹살
☞'추락하는' 돼지고기값..대형마트는 '전쟁중'
☞"돼지값 하락 막자"..정부, 최대 4만마리 비축키로
☞'金겹살' 이유있는 급락..돼지 사육두수 '사상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