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문주용 김희석기자] `맡은 자리의 역할을 정확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총선에 대비,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핵심포스트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의 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이 자리를 맡은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이헌재 전재경부장관과 식사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장관의 중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비서실장 후임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결정된게 없다"고 공식 부인한 상태다.
최근들어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고 있는 재계내에서도 차츰 비서실장, 경제부총리를 새로 맡을 인물에 따라 앞으로 정국과 경제 운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수집에 들어갔다.
재계는 비서실장에게는 경제 식견보다는 `정무`에 충실하는 능력이, 경제부총리에게는 이상주의자보다는 실물 경제전반을 이해하고 이끌 줄 아는 `리더십`이 최고 덕목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서실장까지 경제전문가?..배가 산으로 가지않을까
심각한 청년실업, 지속되는 내수 침체, 불안한 물가, 살아나지 않는 투자, 원화 강세 등갖가지 경제악재 때문에 경제전문가를 대통령 비서실장에 앉혀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신중한 의견이 재계에는 적잖이 나오고 있다.
고위 공직자 출신인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경제는 박봉흠 정책실장이 맡으면 된다"며 "비서실장을 다시 경제전문가로 앉히면 오히려 업무중복으로 인한 혼선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비췄다.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모셔야 하는 비서실장으로선 `경제를 잘 이해하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신 비서실장에게는 대통령의 정국운영,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원만히 이끌 수 있는 정무 능력을 갖추는게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경제만 알아서 되는 자리가 아니고 정무쪽도 잘 알아서 야당과의 관계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특히 노 대통령은 야당과 많은 대화를 통해 정국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뒷받침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특히 정치판세에 따라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어 수명이 길지 않을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어쨌든 경제가 급하다고 경제전문가를 끌어다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헌재 전재경부장관의 비서실장 내정설이 나오고 있다. 또 3일 김원기 열인우리당 고문을 대통령 정치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것도 비서실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어 노 대통령의 낙점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경제부총리, 자신만의 로드맵 갖고 있어야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경륜을 갖춘 경제전문가를 원했다. 전경련 조성하 상무는 "경륜있고 안정감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실물경제와 재계를 이해할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너무 이상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에 뿌리를 두고 정책을 펼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이현석 상무는 "경제를 다뤄본 경제관리가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총선이 끝나면 민생경제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입장에서 투자활성화와 규제완화 정책을 펼칠수 있는 사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노사관계에 있어 일관성을 갖고 법과 원칙을 확고히 집행할수 있는 사람, 신뢰감을 줄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기업 및 산업경쟁력을 높여줄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오동수 상무는 "기업들의 경우 투자나 마케팅에 있어 한번 실기하면 회복되기 힘들다"며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 본연의 일에 충실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햇다.
그는 "고용문제나 임금문제등에 있어 정치적인 논리에 치우친다면 기업들도 휘말릴수 밖에 없다"며 "대중적인 인기만을 기준으로 삼거나 검증이 안된 인사가 기용돼서는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역시 경제관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우선적인 덕목으로 ▲안정감 있고 ▲기업을 이해하고 ▲경륜이 있고 ▲현실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등을 꼽았는데, 대체로 경제관료출신들의 전형적인 덕목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교수등 학계 인사, 특정 경제분야 전문가 등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재계는 인수위에 참여 학자들, 개혁인사로 알려진 학계 교수들은 급진적인 감이 없지 않고 이상적이어서 실제 실력이 주장에 못미치는 등 과대포장된 경우가 많았다며 부정적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경제전반에 대해 평소 진지한 고민과 자기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는, 소위 자신만의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혜안을 갖고 경제를 다룰 수 있다"며 "이런 인사가 경제 수장을 맡을 때 리더십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현재 김진표 부총리 체제에 대한 은근한 비판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만큼 김 부총리에 대한 재계의 평가점수는 후하지 않은 편이다. 실수가 적지 않았고 중심도 잘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경제사안이 발생할때마다 각 이해 관계자들이 사방에서 들어 일어나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시대"라며 "이미 선진국에서 정답을 연구해뒀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답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정답을 이해당사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