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개원의 근무시간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모양새다. 동참하지 않는 개원의가 상당수여서 시민에겐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형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와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가 이어지고 있어 중증환자들은 애만 태우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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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1차 병원은 진료시간 단축 없이 평소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방문한 서울 종로구 일대 산부인과와 신경외과 등 개인병원 10곳은 기존 진료시간에 운영되고 있었다. 일부 병원은 주말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정문에 붙이기도 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하거나 항의하는 환자는 없었다.
환자들은 개원의들의 진료시간 단축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종로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허리 치료를 받은 이모(62)씨는 “변화를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 병원이 문을 일찍 닫아도 다른 개인 병원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3세 아이를 키우는 백모(40)씨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동네 병원이 문을 빨리 닫으면 당혹스러울 것 같다”면서도 “조금 시간이 걸려도 다른 병원을 가면 되니 당장 조처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의사와 정부의 갈등 때문에 계속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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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당수 병원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고, 이 경우 단축 진료에 참여한 병원들도 다시 원래대로 근무시간을 돌릴 수밖에 없다.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때도 개원의의 휴진 참여율은 10% 안팎으로 저조했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계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진료시간 단축과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료시간을 줄이면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개원의들이 동참할 명분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병원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공의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고, 이번주부터 의대 교수들도 진료 시간을 축소하고 있어 중증환자들의 진료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담화문 발표에 의료계가 반발하는 모양새여서 강대강 대치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날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도 부친이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이 불가한 상황에서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급한데 파업 이후에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명분없는 싸움을 멈추고 버림받은 환자부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최희선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위원장도 “환자들이 지금 굉장히 많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이 왜 우리 죄 없는 환자들을 이용하는 거냐’는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좀 실망하고 빨리 해결되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좀 분노에 가까운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