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월마트 기소…"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 조장"

"약국·약사 압박해 불법 처방·오남용 확산 부추겨"
"판매 늘리려 약국 직원수 줄이고 판매 절차도 단축"
코로나 백신 유통·보급 핵심 기업이어서 주목
월마트 "정책 실패 희생량으로 삼으려 해" 반발
  • 등록 2020-12-23 오후 1:41:50

    수정 2020-12-23 오후 1:41:50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법무부가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을 조장했다는 혐의다. 미국 내 가장 큰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월마트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킨 오피오이드 오·남용 사태와 관련, 월마트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월마트가 문제가 있는 처방전을 약사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사실상 오피오이드 사용을 부추겼으며, 결과적으로 미 전역에서 광범위한 오피오이드 오·남용이 가능해졌다는 게 미 법무부의 주장이다.

오피오이드 오·남용 사태는 미 제약사, 의사, 약국 등이 조직적으로 결탁해 중독성이 높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한 사건을 일컫는다. 오피오이드는 주로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가 겪는 극심한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되지만, 북미 지역에선 마약 대용으로 확산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미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5만명이 사망했다.

미 법무부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제출한 160페이지에 달하는 소장을 보면, 월마트는 우선 오피오이드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중독자들을 유인했다.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의약품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수를 줄이는 등 절차를 간소화해 판매 속도를 높였다. 미국 내 약 5000개에 달하는 월마트 내 약국의 약사들이 문제가 있는 처방전인지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오피오이드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월마트가 약사들이 규칙을 준수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압력을 가해 잘못된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도록 권한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제가 있는 처방전으로 월마트에서 약을 구매하려다가 거절된 고객 정보를 각 지점끼리 공유하지 않은 탓에, 해당 고객이 월마트 다른 지점에서 약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법무부의 제프리 보서트 클라크 차관보는 “월마트는 잘못된 처방전에 따른 오피오이드 및 기타 약물 주문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가장 큰 약국 체인 및 도매 약품 유통 업체인 월마트는 전국적인 오피오이드 오·남용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책임과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만약 월마트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불법 처방은 건당 최대 6만 7627달러(약 7499만원), 보고하지 않은 의심스러운 처방전에 대해서는 건당 최대 1만 5691달러(약 174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FT는 추산했다.

이에 따라 향후 월마트가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될 경우 ‘제2의 퍼듀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2019년 퍼듀파마는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 제조로 최대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벌금을 물고 파산했다. 퍼듀파마 외에도 미 제약사 2곳이 막대한 벌금으로 파산했으며, 존슨앤드존슨은 다른 대형 약품 유통업체 3곳과 함께 260억달러(약 28조 8340억원)에 달하는 벌금에 거의 합의한 상태다.

한편 월마트는 지난 10월 “미 정부가 월마트를 정책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하며 법무부의 제소에 앞서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처방전에 따른 약품판매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월마트의 주장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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