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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폭등세도, 앞서 ‘크리스마스의 악몽’, ‘검은 성탄절’ 등으로 묘사된 폭락장도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됐다. 그의 트위터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게 된 것도 좋던 나쁘던 그의 발언이 힘을 갖게 돼서다.
미국 뉴욕증시가 오를 때마다 “내 덕분”이라며 자화자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가 폭락하자 25일 “지금이 미국 기업들의 주식을 싸게 살 적기”라고 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의 발언은 결실을 맺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바로 다음 날 미국 3대 지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1086.25포인트(4.98%) 폭등했다. 하루 만에 1000포인트 이상 오른 건 미국 증시 122년 역사상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4.96%, 5.84%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는 2009년 3월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그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이후 트위터에서 주식시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총 35차례에 달했다. 여느 때처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아쉬워했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날 “파월 의장은 100% 안전하다”며 해임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해임설에 대해서도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스러워한다고 확신한다”고 밝혀 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모든 사태가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부터 기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주고 약준’ 셈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후 주가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도, 파월 의장 해임 논란도 모두 같은 발언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비둘기로 변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올려놨다. 하지만 연준은 시장 예상보다 ‘덜 비둘기파’였고, 실망감에 주가가 4일 연속 하락했다. 파월 의장 때문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 해임 논란을 야기해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블룸버그를 시작으로 많은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상에 격분해 파월 의장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을 교체하더라도 여러 위원들이 함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구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기 힘들다. 파월 의장 해임이 실익이 없을 뿐더러, 정치적 개입이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파월 장관 해임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꾸준히 흘러나왔고,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인상 전에도 후에도 지속적으로 파월 의장을 비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파월 의장과 회동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다 확실하게 시장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한 취지라고 신문은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