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주거는 없다'…초고령화에도 노인전용주택 '0.4%'

노인가구, 연평균 4.8% 증가…3집 중 1집은 노인가구
노인전용주택 30만명 희망하지만…공급 9000호에 그쳐
주산연 "공공택지의 10% 배정하고 노인특공 도입해야"
전문가 "노인은 청년과 특성 달라…맞춤형 정책 필요"
  • 등록 2024-02-27 오후 3:51:00

    수정 2024-02-27 오후 7:34:36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우리나라 노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은 노인가구의 0.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가구 주거복지를 보장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인가구 주거편익 향상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인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한 새로운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산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인구와 노인가구는 각각 연평균 4.6%, 4.8%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총인구의 27.2%(1395만명), 총가구의 35.6%(775만가구)를 차지했다.

아울러 노인인구 중 5.1%인 30만명이 노인 전용 주택 거주를 희망하고 있지만, 실제 노인 전용 주택은 9000호, 노인에 적합한 시설기준을 적용해 건설된 주택은 2만호 뿐으로 총주택수의 0.13%, 총노인가구의 0.4%에 불과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8명은 노인 배려 시설이 없는 주택에 거주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노인가구 중 임차주택에 사는 가구 비율은 22.8%며 대부분 임차료 및 대출금 상환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비(非)노인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노인가구 수 및 비중 추이 그래프 (사진=주택산업연구원)
이에 주산연은 노인전용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공공택지의 10% 이상을 노인주택 용지로 공급 △소형 분양·임대 주택의 5%를 노인 대상 특별공급 △노인주택으로 재건축 시 인센티브 부여 △서민실버타운 시범단지 20곳 건설 등을 제시했다.

이날 남형권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2027년까지 노인전용주택 5000호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며 “분양주택은 노인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이 없고, 공공임대주택은 노인을 위한 시설과 연계 등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이어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공공분양 주택에도 주거약자용 시설기준을 적용해 10% 이상 건설하도록 의무화하고, 민간 임대주택엔 인센티브를 부여해 노인시설기준 적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인가구 주거편익 향상 방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청년층과는 구별되는 노인인구의 특성으로 △전국적으로 흩어져 거주하는 점 △자산 격차가 크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보호가 필요한 점 등을 짚으며 이들 특성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도심에 모이는 청년과 다르게 노인은 전국에 펴져 있어 복지 정책에 각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노인을 무조건 봉양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노인 일자리 등 자립 기반이 갖춰진 주택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진수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 소장은 “노인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해 중도에 1인 가구가 되거나, 건강이 악화한 경우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노인주거 정책은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중산층 노인도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정책 수립 시 초고령화에 맞물린 인구 급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원장은 “지금 당장은 노인 주택 수요가 넘치지만, 우리나라 인구가 500만 이하로 떨어진 미래를 고려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급격한 인구감소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가변적 설계를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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