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서 가족 놓치고 獨입양됐던 아들, 42년 만에 엄마 만났다

경찰청 등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성과
실종 후 독일로 입양된 40대 아들, 친모와 상봉
“내 뿌리 궁금증 풀었다”…“아들 찾길 날마다 기도”
  • 등록 2023-03-16 오후 4:00:00

    수정 2023-03-16 오후 7:16: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버스터미널에서 얼결에 생이별했던 모자가 42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42년 만에 유전자로 가족을 찾게된 A씨(가운데)가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경찰청)
경찰청은 외교부와 아동권리보장원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 중인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독일로 입양된 A(46)씨가 그의 친모 B(67)씨와 친형 C(48)씨를 42년 만에 만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의 상봉은 독일에 거주 중인 A씨가 입국해 친모 B씨가 운영하는 경기 여주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A씨는 “친 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은 큰 축복으로 마침내 나의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도와주신 경찰과 대사관, 입양인지원센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친모 B씨도 “둘째 아들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등록 덕분에 결국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는 2020년부터 시작한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이뤄진 세 번째 가족 상봉이다. 경찰청 등은 14개국, 34개 재외공관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한국의 가족과 친자관계를 확인, 장기실종 아동 등 발견에 활용하고 있다.

A씨는 4살 때인 1981년 1월 수원 버스터미널에서 가족을 놓치고 ‘실종’ 상태가 됐다. 독일로 입양된 그는 성인이 된 후인 2009년 국내 입국해 “가족을 찾고 싶다”며 수원 서부경찰서을 찾아가 유전자를 채취했지만, 당시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친모 B씨가 작년 6월 여주경찰서에 방문해 “헤어진 아들을 찾고 싶다”고 유전자를 채취하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한 달 뒤 두 사람의 유전자 간에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온 것.

이후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 정밀 분석하는 2차 작업이 필요했다. 이에 A씨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작년 11월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에 방문해 유전자를 재채취했다. 결국 올해 1월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아들 A씨가 친모 B씨의 친자임이 최종 확인됐다.

경찰청은 기존엔 유전자 재채취를 위해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웠지만,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 덕분에 재외공관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실종자 발견은 실종자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 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장기실종 아동 발견을 위해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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