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부족함이 많은 제가 큰 조직의 책임자가 되어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선배·동료 여러분의 도움에 무사히 소임을 마치게 됐다”며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고 따라준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982년 순경 공채로 입직한 이 청장은 경사 시절인 1989년 경찰 간부후보 시험에 합격해 경위 계급장을 달았다. 이후 경찰 내 11개 계급을 모두 거치면서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에 올랐다. 이 청장은 13대 이택순, 19대 강신명 청장에 이어 세 번째로 임기를 채운 수장인 동시에 정권 교체 후에도 청장직을 수행한 첫 경찰청장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청장은 “돌이켜보면 청장으로 보낸 지난 22개월은 셀 수 없는 고비와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대규모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남북정상회담 등 역사의 변곡점에서 경찰은 늘 중심에 서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숱한 곤경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내는 동료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늘 이 순간을 맞을 수 있었다”며 “여러분의 투철한 사명감과 무궁무진한 역량을 믿기에 기쁜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퇴임식에는 후임 청장 후보인 민갑룡(53) 경찰청 차장도 참석했다. 이 청장은 차기 치안 총수로 내정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수사구조개혁 정부합의안이 국회 논의를 남겨두고 있고 자치경찰제와 같은 중요한 현안들도 끝까지 매듭짓지 못했다”면서도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의 훌륭한 성품과 능력을 중심으로 15만 경찰 가족 모두가 하나 되어 경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퇴임사 전문이다.
1982년 3월 스물다섯 살 철없던 청년이 경찰관이 되어 어느덧 37년이 흘러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제가 큰 조직의 책임자가 되어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선배·동료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어 무사히 소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복이 많았고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고 따라준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을 핑계로 가정에 소홀했던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도 미안함과 감사를 보냅니다.
돌이켜보면, 청장으로 보낸 지난 22개월은 셀 수 없는 고비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대규모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남북정상회담 등 역사의 변곡점에서 경찰은 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전례 없는 난제 앞에서도 우리 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사회질서를 굳건히 지켜냈습니다. 은행강도를 단 몇 시간 만에 검거해 “역시 대한한국 경찰이 최고다”고 엄지를 모으는 것을 보았을 때, 평창 동계 올림픽의 완벽한 안전관리로 외신을 깜짝 놀라게 했을 때는 넘치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숱한 곤경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내는 동료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늘 이 순간을 맞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투철한 사명감과 무궁무진한 역량을 믿기에 저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습니다.
73년 경찰 역사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직으로부터 받은 것에 비해 기여한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다행히,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는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능력으로 대내외 신망이 높은 분입니다. 신임 청장을 중심으로 15만 경찰 가족 모두가 하나 되어 경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을 믿습니다.
자랑스러운 동료 여러분! 이제 저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국민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경찰의 도약을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제 삶의 뿌리는 경찰입니다. 영원한 경찰인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분에 넘치는 애정을 베풀어주신 여러분의 은혜를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언젠가 우연히 뒷골목에서 마주쳐 반가움을 안주 삼아 술잔을 나누는 그날을 상상하며 저의 경찰관으로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자 합니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속에, 여러분과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