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선착장 3곳 폐쇄…강관 방치해 흉물 전락

수자원공사 선착장 5곳 중 3곳 폐쇄
보트·요트 운행 줄고 안전문제로 결정
귤현나루 주변 강관 방치, 흉물 전락
계양구 "수변시설 관리권 위임해달라"
  • 등록 2024-09-09 오후 4:08:48

    수정 2024-09-09 오후 7:23:53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10여년 전 경인아라뱃길에 설치한 선착장 5곳 중 3곳을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선착장의 운영 중단으로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온다. 흉물로 전락한 선착장에 대해 인천 계양구는 관리권 위임을 수자원공사에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 계양구 북쪽 귤현나루 옆 수로에 강관 16개가 박혀 있어 흉물처럼 보인다. (사진 = 이종일 기자)
9일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2012년 경인아라뱃길 개통과 함께 귤현나루(인천 계양구 소재) 등 선착시설 5곳을 설치했다. 사업비는 모두 31억9000만원을 투입했다. 시설 1곳당 평균 6억여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셈이다. 이 중 북쪽 귤현나루와 북쪽 시천나루(인천 서구 소재), 시천동 중간선착장 등 3곳은 2021년 폐쇄했고 현재 남쪽 귤현나루, 남쪽 시천나루 등 2곳만 개방하고 있다.

선착시설은 아라뱃길 마리나시설 등을 고려한 임시 정박 기능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공사는 시민이 아라뱃길에서 배를 운행하면서 정박하고 오르내릴 수 있게 선착시설을 만들어놨지만 보트·요트 등의 운행이 줄어들자 안전상의 이유로 선착시설 3곳을 폐쇄했다.

북쪽 굴현나루에는 산책로에서 수로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놓은 상태이다. 귤현나루 주변에는 수직으로 된 강관 9개가 박혀 있다. 강관은 요트·카누 등을 고정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나루와 조금 떨어진 곳에 또다른 강관 16개가 박혀 있다. 지름이 10㎝ 이상인 강관들은 물 위로 1m 이상씩 솟아있다. 강관 16개는 2018년까지 옛 귤현나루가 있던 곳에서 노후화된 상부시설을 철거하고 남겨둔 것이다. 지난 6년간 나루를 보수하지 않아 강관이 흉물처럼 됐다.

인천 계양구 아라뱃길 산책로에서 북쪽 귤현나루로 가는 데크길이 철문으로 막혀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계양구는 북쪽 귤현나루 주변 산책길과 야간 조명시설, 수향원 등을 이용해 이 일대를 관광명소로 만들어가고 있지만 수변시설을 개선하지 못했다. 나루 등의 수변시설 관리권을 수자원공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도 북쪽 시천나루를 개방해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하기를 바라지만 공사가 폐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수억원을 들여 만든 나루를 폐쇄해두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양구는 “수변시설 관리권을 위임해달라고 공사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물놀이 사업과 관광 명소화를 위해 수변시설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공사와의 협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수변시설이 개방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사측은 “수변시설은 환경부 소유이다”며 “관리권 위임은 환경부와 협의해야 한다. 귤현나루 주변 강관 16개는 올해 안에 보수해 나루를 재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창호(전 세한대 교수) 인천항시설관리센터 대표이사는 “문재인 정부 때 수자원공사를 국토교통부 산하에서 환경부로 이관한 뒤 아라뱃길 활성화 사업이 대폭 줄었다”며 “아라뱃길 레저활동을 육성하려면 환경부와 관련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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