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공무원 징계 무마한 시의회…‘법 위반’ 감사원 조사

인천시의회 징계위 비위공직자 '불문' 의결
의결 정족수 부족한 상태서 결정, 법 위반
감사원 감사 중…해당 직원 현재 인천시 소속
"불문의결 무효시 인천시 징계위 다시 열어야"
  • 등록 2023-07-31 오후 4:11:07

    수정 2023-07-31 오후 7:36:34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의회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직원의 잘못을 묻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징계위원 의결 정족수 부족 상황에 억지로 해당 직원에 대해 ‘불문 의결’을 한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인천시의회 전경.
31일 인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시의회 징계위의 공무원 A씨(2급) 불문(不問·잘못을 묻지 않음) 의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불문 의결은 지난해 6월14일과 24일 2차례 이뤄졌다. 당시 첫 징계위는 A씨의 과거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과 관용차 사용 문제를 논의하다가 불문으로 징계를 무마했다.

A씨는 인천 서구 부구청장 시절인 2018년 7월~2020년 7월, 인천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이었던 2020년 7월~2021년 9월 수십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 500여만원을 주말에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이 인천시 감사로 적발됐다. 그는 또 서구 부구청장 시절 대학원 통학에 구청 직원이 운전하는 관용차를 수십차례 타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는 2021년 10월~지난해 5월 감사한 뒤 시의회에 감사 결과와 중징계 의결 요구 의견을 통보했다. A씨가 비위를 저지른 때는 인천시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1월13일자로 시의회 사무처장으로 발령나 의회가 징계위(위원 전체 9명)를 열게 됐다.

첫 징계위에서 징계위원장(사무처장)인 A씨는 자신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제척됐다. 나머지 징계위원 8명 중 외부위원 1명은 출석하지 않아 7명의 참여로 회의를 열었다. 내부위원인 의회 서기관(4급) 3명은 상급자(2급) 사안이라 회피하고 퇴장했다. 결국 위원회는 외부위원 4명의 의결로 불문을 결정했다.

이에 인천시는 부당하다며 재심의를 요구했고 10일 뒤인 지난해 6월24일 두 번째 징계위가 열렸다. 이번에는 A씨를 제외한 8명이 참여했다가 서기관 3명이 퇴장하고 외부위원 5명만 심의해 또다시 불문을 의결했다. 외부위원은 대학 교수 2명, 변호사 1명(부위원장), 인천시 퇴직공무원 1명, 교장 1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3명 이상이 불문에 동의한 것이다. 불문은 징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상훈 감경에 의한 불문경고와 달리 인사상 불이익이 아예 없다.

그러나 징계위 의결은 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공무원법상 징계위는 전체 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위원의 제척·회피 등으로 의결 위원 수가 3분의 2에 미달할 때에는 정족수가 될 때까지 임시위원을 임명해 의결해야 한다. 시의회 징계위는 2차례 모두 전체 위원의 3분 2인 6명에 미달한 상태에서 임시위원 임명 없이 의결해 법을 위반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의회가 엉터리 징계위를 열고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시민은 “공공기관은 청탁 예방을 위해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위원의 신원을 비공개하는데 의회는 반대로 징계 대상자인 사무처장이 징계위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 징계위를 열었다”며 “정족수도 안되는데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천시 소속인 A씨는 “주말 업무추진비 사용은 공적 업무를 위한 것이었다. 다 증명했는데 9건을 못했다. 잘못은 사전품의를 안했다는 것이다”며 “관용차는 퇴근할 때 집 대신 대학원에 태워준 것인데 이것으로 중징계를 요구한 것은 과하다. 주의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의회 징계위 의결이 무효가 되면 인천시 징계위가 다시 열릴 것이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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