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19 여파'..예술극장 나무와물, 문 닫는다

"2월부터 극장 멈춰..수입 1원도 없어"
"건물 원상복구..5월1일부터 극장철거"
"소극장 운영에 대한 지원 재설계돼야"
  • 등록 2020-04-20 오전 11:33:00

    수정 2020-04-20 오전 11:33: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서울 대학로의 창작극 전용관인 예술극장 나무와물이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문을 닫는다.

이 극장을 운영하는 문화아이콘의 정유란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2013년부터 함께했던 ‘예술극장 나무와물’의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며 “코로나19로 2월부터 멈춘 공연장에 수입이 1원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월 내야하는 월세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관료 지원사업 4월에 나온다며 기다려보라고 이야기해준 사람도 있지만, 4월이 절반 이상 지났는데 소식은 없고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고 부연했다.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는 그간 ‘구름빵’, ‘사랑은 비를 타고’, ‘도둑맞은 책’ 등이 공연됐지만, 극장은 철거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건물주는 더이상 공연장으로 쓰지 않겠다며 ‘원상복구’라는 이름으로 전부 다 철거하라 한다”며 “보증금은 원상복구에 소요되는 철거비와 폐기비용, 밀린 임대료로 거의 소진돼 겨우 몸만 나오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대 때 공간에 대한 꿈과 계획이 있었지만, 정작 극장이 내 앞에 놓였을 때 운영과 유지가 더 큰 숙제가 됐던 것 같아 마음이 무척 힘들다”며 “5월 1일에는 극장철거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잘못된 소극장 지원책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민간 소극장 운영에 대한 지원은 분명 재설계돼야 할 것”이라며 “대관료 지원사업이나 서울형 창작극장제도가 기본적으로 기초예술로서의 연극을 지키기 위한 지원책의 일편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극장에 대한 지원을 고민했을 때 근본적인 소극장 자생에 대한 정책은 못 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사용료를 대신 내주는 정책보다는, 건물이 극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설들을 기본적으로 잘 갖추고 임대하도록 해야 하며 임대료 또한 정상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단기간 공연을 위해 극장을 대관할 때의 지원금도 꼭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 말도 안되는 지하세를 버텨가며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자신의 극장을 지켜가며 자력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도 제도의 손길이 꼭 닿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극장 나무와물(사진= 나무와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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