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지구위협 소행성 발견 성공…"2060년대 두 차례 충돌 확률 더해도 28억 분의 1"

미래 직접 탐사 가능한 후보 소행성 '2018 PM28'도 발견
남반구 집중 배치 외계행성탐색시스템 광시야 망원경 쾌거
  • 등록 2019-06-25 오후 12:00:00

    수정 2019-06-25 오후 7:46:1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미래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를 준비하는 첫 단추를 꿰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8 PP29’의 발견 영상. 사진=천문연.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문홍규 박사는 25일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가진 ‘국내 최초 지구위협소행성 발견’ 브리핑에서 “오는 2030년대 중반 소행성 탐사를 위해 탐사 대상 후보 목록을 정리하고 과학적 목표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의미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에 따르면 천문연은 지난해 8월 산하 연구시설로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고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이하 MPC, Minor Planet Center)가 지난 5일 해당 천체를 지구위협소행성(PHA, 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이라고 밝혔다. 이 천체에는 ‘2018 PP29’(이공일팔 피피 이구)라는 임시번호(provisional designation)가 부여됐다.

천문연은 이에 앞서 미래 탐사임무에 적합한 또 다른 천체를 발견했고 MPC는 지난 3월 21일 이를 근지구소행성(NEA, Near Earth Asteroid)으로 분류해 임시번호 ‘2018 PM28’(이공일팔 피엠 이팔)을 붙였다.

지구위협소행성(PHA)은 근지구소행성(NEA) 중에서 지름이 140m보다 크고 지구와의 최소 궤도 교차거리가 0.05AU(약 750만km) 보다 가까운 천체를 말한다.

근지구소행성(NEA)은 궤도 운동 중 태양까지의 최소거리(근일점 거리)가 1.3AU(약 1억9500만km) 보다 작아 지구 공전궤도 근처에 분포하는 천체를 가리킨다.

‘2018 PM28’의 발견 영상. 사진=천문연.
천문연 연구팀(과제책임자: 문홍규)은 지난해 8월 칠레, 호주, 남아공 관측소에서 운영하는 지름 1.6m급 외계행성탐색시스템(이하 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 망원경 3기로 두 소행성을 검출했다. 이어 2018 PM28(이하 PM28)과 2018 PP29(이하 PP29)에 대해 각각 44일과 10일 동안 그 궤도 운동을 추적해 정밀궤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지구위협소행성 PP29는 발견 당시의 밝기와 거리 그리고 소행성의 평균반사율을 고려하면 크기 160m급으로 추정된다.

지름 140m급 천체와 충돌할 경우 반경 수백km 지역에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PP29의 궤도와 지구 궤도가 만나는 최단거리, 즉 최소궤도교차거리(MOID, Minimum Orbit Intersection Distance)는 지구-달거리의 약 11배인 약 426만km이다. 이는 지구위협소행성의 조건 가운데 하나인 ‘MOID가 0.05AU보다 가깝다’는 내용을 충족한다. PP29는 궤도장반경이 길고 궤도 모양이 원에서 크게 벗어나 긴 타원 형태를 띤다. 또한 공전주기가 5.7년으로 매우 길며 이렇게 긴 궤도장반경과 공전주기를 가진 천체는 전체 근지구소행성의 1%도 되지 않는다.

PM28은 크기가 직경 20~40m 사이로 추정된다. 궤도는 지구위협소행성의 조건에 부합하지만 충돌이 일어났을 때 반경 수백km 지역에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크기인 지름 140m 보다 작아 지구위협소행성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PM28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공전하는 특이한 움직임을 보인다. 근지구소행성 대부분은 궤도가 긴 타원모양이고 궤도평면이 지구 공전궤도면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하지만 PM28은 알려진 근지구소행성 가운데 원궤도에 가깝기로는 상위 1%, 지구 공전궤도면과 가까운 상위 10%에 든다. 또 궤도장반경은 1.026AU(astronomical unit)로 지구 궤도장반경인 1AU에 가까운 상위 2%에 포함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소행성은 현재까지 총 9개가 발견됐다. 그 중 2018 PM28보다 오랜 기간 관측된 경우는 3개이다.

‘2018 PP29’와 ‘2018 PM28’의 궤도 영상. 그래픽=천문연.
연구팀은 계산 결과 향후 100년 동안 PM28은 충돌 위협이 없다고 밝혔다. PP29의 경우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센트리(Sentry) 시스템은 PP29가 2063년과 2069년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 2회의 충돌 확률을 더하면 28억분의 1로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이에 대해 천문연 문 박사는 “이 확률을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로또 두 장을 샀는데 한 장은 1등에 당첨되고 나머지 한 장은 4등에 당첨될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래 충돌위협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거나 소행성 탐사 임무 대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밀궤도와 자전특성, 구성 물질과 같은 다양한 성질을 추가적으로 밝혀야 한다.

한편 천문연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외계행성 탐색 외에 초신성, 은하, 소행성 등 다양한 연구목적으로 KMTNet을 운영하고 있다. KMTNet은 칠레와 남아공, 호주에 설치, 운영하는 24시간 ‘별이 지지 않는’ 남반구 천문대 네트워크로 보름달 16개가 들어가는 넓은 하늘을 한 번에 촬영하는 카메라를 탑재, 외계행성 탐색은 물론 소행성 탐사 관측에 최적화돼 있다. 문 박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망원경 등 대부분의 경우 북반구에 집중돼 있는 반면 우리는 사각지대인 남반구에 집중 배치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KMTNet 망원경. 사진=천문연.
연구팀은 KMTNet을 활용해 지난 2016년부터 남천 황도대 집중탐사연구(이하 딥 사우스, DEEP-South, Deep Ecliptic Patrol of the Southern Sky)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태양계 행성들이 지나다니는 공전궤도면 부근인 황도대를 집중 관측하고 있다. 황도대는 소행성들이 많이 발견되는 길목이기도 해서 과학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천체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번 발견은 지난해 8월 특이 태양계 소행성 검출을 위한 시험 관측 도중에 확인됐다. KMTNet 망원경은 미국 NASA가 주도하는 소행성 탐사관측 프로젝트에 쓰이는 다른 망원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연구팀은 이번에 정립된 방법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후속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천문연은 자연우주물체 등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우주물체감시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는 2015년 1월 천문연을 우주환경감시기관으로 지정했다.

두 소행성을 발견한 정안영민 박사는 “한국 최초의 지구위협소행성 발견은 외계행성탐색시스템의 광시야 망원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나라의 미래 소행성 탐사를 위한 기반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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