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한진家 형제 "다툴 일도 아닌데 다퉈, 반성 중"…검찰, 벌금 20억 구형

조남호·조정호 회장, 해외 자산 미신고 혐의로 재판
벌금 20억 원 구형에 변호인 측 "과도하다" 주장
조남호 회장 "다툴 일도 아닌데 형제간에 다퉜다" 후회
  • 등록 2019-05-20 오후 12:15:43

    수정 2019-05-20 오후 12:15:43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 상속계좌를 미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검찰이 해외 상속계좌를 미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남호(68)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60)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한진가 두 형제에게 20억 원의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판사 김유정) 심리로 20일 오전 열린 국세 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두 형제에게 각각 벌금 20억원을 구형했다. 이들은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으로부터 해외 자산을 물려받았지만, 이를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스위스 은행 계좌에 대해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6년 연말까지 신고하지 않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두 형제 측 변호인은 “두 회장의 선친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12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형제간 상속 분쟁이 시작돼 약 15년간 해외 예금은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며 “이러한 분쟁만 아니었다면 두 회장이 현재 이 자리에서 재판받을 일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두 회장의 해외 예금에 대한 상속금보다 훨씬 많은 상속세가 부과된 상황”이라며 “만약 검사 측이 구형한 20억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다면 두 회장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두 회장은 2018년부터 과세 당국으로부터 상속세를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내는 제도인 연부연납 허가를 받아서 상속세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어 “조남호 회장은 10여 년간에 걸친 조선업 경기의 세계적 불황으로 어쩔 수 없이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잃었으며 한진중공업홀딩스가 가진 중공업 주식도 모두 소각됐다는 점을 양형에 참고해달라”고 말했고, 조정호 회장에 대해선 “메리츠 금융지주의 사내이사로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임원직을 상실하고 사실상 경영권도 박탈될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에 참석한 두 회장도 범행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남호 회장은 “다툴 일도 아닌 걸로 가지고 형제간에 다퉜다”며 “조양호 회장도 얼마 전에 사망하고 나니까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는데 이번 기회를 바탕삼아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조정호 회장 역시 “저 역시 같은 마음이고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고 조양호 회장과 함께 조남호·조정호 형제에 대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해외 은행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각각 20억 원의 벌금을 약식명령 청구했다.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혐의에 대해선 공소기각이 내려졌으나 남은 조씨 형제 측이 20억 원 벌금이 과도하다면서 정식 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선고기일은 다음 달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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