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싸게 조달한 자금으로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 이상 투자한 빅딜이 줄을 이었다. 미국내 높은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유럽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는 수요가 제약사를 중심으로 급증했고, 유가 하락기를 버텨내기 위해 석유회사간 덩치 키우기도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톰슨 로이터 자료를 인용, 올 한 해 기업간 M&A 규모는 3조3400억달러(3661조74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지난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M&A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헬스케어와 에너지부문의 M&A가 봇물을 이뤘다. 헬스케어 분야는 세금 회피용 M&A가 활개를 쳤다. 제약회사들은 세금 회피용 본사 옮기기를 위해 법인세율이 낮은 유럽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스테판 젠츠쉬 페렐라 웨인버그 파스너스 파트너는 “헬스케어분야의 세금 회피용 M&A 시도가 굉장히 많았지만 실제 성사된 건수는 그보다 적었다”며 “내년 헬스케어시장의 M&A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이같은 M&A를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장치를 마련한 탓이다.
아울러 에너지 부문도 올들어 M&A가 가장 활발히 일어난 분야였다. 지난 6월 이후 급격한 유가 하락 이후 석유회사간 통합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석유 개발서비스업체 핼리버튼이 지난달 베이커 휴즈를 385억달러에 사들였고,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은 캐나다의 탤리스먼을 83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주에는 영국의 아프렌이 나이지리아 석유그룹 시플랫과의 M&A를 논의 중이다.
마이클 카 골드만삭스 미주지역 M&A 대표는 “올해 M&A 시장은 산업구조를 바꾸는 큰 규모의 딜이 많았을 뿐 아니라 통합의 속도도 빨랐다”고 말했다.
헨릭 애슬릭슨 도이치뱅크 글로벌 M&A 대표도 “큰 규모의 거래 성사는 우울한 M&A 시장의 분위기를 띄웠고 내년에는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