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그레이드와 다르다…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는 무엇?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③
블록체인 '엔진' 바꾸는 더머지 업그레이드 시작
"환경파괴적" 비판 받는 PoW 폐지
코인 보유량이 중요한 PoS로 전환
특정 터미널총난이도 도달하는 시점에 전환 시작
당장 큰 변화 없지만 롤업 추가되면 6000 TPS까지 성능 향상 기대
"10만TP...
  • 등록 2022-09-14 오후 3:52:15

    수정 2022-09-16 오후 3:06:36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역대급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블록체인의 엔진 격인 ‘합의알고리즘’ 바꾸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가 그것이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업데이트를 통해 이더리움은 환경파괴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작업증명(PoW)방식을 버리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지분증명(PoS) 체인으로 탈바꿈하게 될 예정이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미 작동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합의알고리즘을 변경하는 극히 드문 사례에 속한다. 날고 있는 우주선의 엔진을 바꾸는 작업으로 비유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완료된다. 머지 업그레이드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완료되는지 정리했다.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가 15일로 예정됐다.머지 업그레이드는 날고 있는 우주선의 엔진을 바꾸는 작업으로 비유될 만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완료된다.(이미지=이더리움 재단)
PoW vs PoS...무엇이 다르나

머지는 이더리움은 작동방식을 PoW에서 PoS로 변경하는 업그레이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블록 단위로 저장하는데, 탈중앙화된 컴퓨터들이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그 보상으로 암호화폐가 주어지는 게 기본구조다. PoW는 ‘누가 더 큰 컴퓨터 연산 능력을 가졌는지’로, PoS는 ‘누가 더 많은 암호화폐를 가졌는지’로 경쟁을 벌인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PoW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PoW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먼저 푼 컴퓨터에 블록을 생성할 권한을 준다. 이 과정을 광산에서 금을 캐내는 것처럼 힘들다는 의미로 ‘채굴’이라 부른다.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성능 좋은 컴퓨터를 여러 대 연결해 경쟁적으로 문제를 풀다 보니 지나치게 에너지 낭비가 크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이 크다. 에너지난을 이유로 채굴 금지 조치를 내리는 국가도 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채굴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 뉴욕주도에서도 채굴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더리움은 출시 직후인 2013년부터 PoW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PoS로 전환을 준비해왔다. PoS는 코인 보유량이 많을수록 블록 생성 기회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이더리움 32개를 예치하면 누구나 블록생성에 참여할 수 있다. 필요한 컴퓨터 성능은 일반 사무를 볼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이더리움재단은 PoS 전환 이후 이더리움은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이전 대비 99.95% 절감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 작업증명(PoW) 체인에 별도로 운영해 온 지분증명(PoS) 체인인 비콘체인을 결합는 방식으로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데이터 분산 처리 구조를 갖추는 ‘샤딩’까지 완료되면 이더리움의 초당거래처리량(TPS)는 10만 건 수준으로 늘어난다.(이미지=이더리움 재단)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머지 업그레이드 미션 “날고 있는 우주선의 엔진을 바꿔라”


이더리움재단에 따르면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달 10일에서 20일 사이에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시간으로 오는 15일 오후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머지 시작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업그레이드 방식이 일반적인 소프트웨어(SW)와 달라서다. 일반적인 SW는 중앙 서버에서 업그레이드를 일시에 진행하면 되지만,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의 행위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은 운영 중단 없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업그레이드 중 악의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택했다.

일단,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중단 없이, 합의알고리즘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PoW체인에서 채굴이 종료되는 시점에 미리 준비해 놓은 PoS 체인을 이어 붙이는 식이다. 이더리움재단은 앞서 2020년 이더리움 메인체인과 별개로 운영되는 PoS체인인 ‘비콘체인’을 출시했다. 이 비콘체인을 작동하고 있는 이더리움 메인넷에 병합(merge)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이뤄진다. 그래서 이번 업그레이드 이름도 ‘머지’다.

이더리움 재단은 머지의 업그레이드 방식에 대해 “머지는 비행 중인 우주선(이더리움 메인체인)의 엔진(비콘체인의 PoS 합의알고리즘)을 변경하는 것과 같으며, 전환하는 동안 그 어떤 중단도 필요 없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기존 PoW 체인 위에 있던 이더리움 잔고,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컨트랙트(자동 계약 체결 프로그램는 PoS 체인 위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 PoW체인에서 채굴자들이 하던 일을 PoS체인의 블록생성자인 검증인(밸리데이터)이 그대로 맡아서 처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더리움재단은 PoW에서 PoS로 안전한 전환을 위해 두 체인의 병합이 ‘TTD’라는 이벤트를 기점으로 일어나도록 했다. PoW 체인에서 각각의 블록은 모두 다른 난이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체인 위 모든 블록의 난이도를 합한 숫자를 ‘터미널총난이도(TTD)’라고 한다. 이더리움 탄생 후 특정 시점까지 네트워크에 총 투입된 컴퓨터 작업량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머지는 TDD가 587해5경(58750000000000000000000)에 도달하는 시점에 시작된다. 현재 수준의 컴퓨팅 성능(해시파워)이 네트워크에서 유지된다면 한국시간으로 15일 오후에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DSRV 공동설립자 김종광 ATN 팀장(Head of All That Node)은 “지금까지 이더리움은 특정 블록 넘버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방식을 택해왔는데, 이번 업그레이드는 그 중요성을 감안해 절대 악의적인 세력이 인위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트머니로 진화 시작한 이더리움

이번 업그레이드로 블록생성 속도나 수수료 등 사용자들이 당장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다. 향후 블록체인 성능(확장성) 개선과 이를 통한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보다 의미가 있다.

PoS 전환을 통해 확장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해줄 ‘롤업’ 활성화의 기반이 마련됐다. 롤업은 외부 체인인 레이어2에서 대량의 트랜잭션을 실행하고 그 결과값만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확장성 솔루션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업체 아톰릭스의 정우현 대표는 “그동안 스토리지 비용 문제로 롤업이 대중화되지 못했는데 PoS 전환으로 스토리지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롤업이 활성화되고 게임, 소셜미디어 같이 트랜잭션이 큰 서비스들도 원활하게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올해 여러 컨퍼런스에서 현재 20 정도인 초당거래처리량(TPS)이 롤업 이후 600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부테린은 확장성이 개선되고, 수수료가 낮아질 경우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게 일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더리움의 최종 진화 모습은 10만 TPS까지 성능을 개선한 이더리움2.0이다. 이더리움2.0 진화에 적용될 샤딩(레이어1에 데이터 분산 처리 구조를 갖추는 업그레이드)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인터넷 환경인 ‘웹3’에서 넥스트머니로 위상을 떨칠 가장 유력한 암호화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이 2.0까지 진화하려면 최소 2년은 더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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