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30년 된 판례에 발목이 잡혀 타투이스트들이 직업에 대한 자유와 예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는 10일 김씨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김씨 측의 혐의에 대한 위헌 주장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서 내용을 명확하게 하라고 요구했으며, 오는 17일 오전 11시20분에 3회 공판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씨 측의 변호를 맡은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적혀 있는데, 우리의 변론 요지는 타투를 의료행위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판례가 굳어져 타투를 의료행위로 해석해야 한다면 의료법이 위헌으로 한정위헌 청구를 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의료법 규정을 현행과 같이 둘 경우 사실상 의료인 면허를 가지지 않은 사람의 타투 시술은 전면 금지 되지만, 타투는 예술적인 특성 갖고 있어 의사 면허를 위한 6년간 수련과정뿐 아니라 예술적인 수련도 필요하다”며 “직업·표현·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기본적인 주장이고, 의료법은 형사처벌 조항으로 죄형법주의상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날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30년 동안 타투 시술이 의료행위로 여겨져 의료법 위반이라는 판결은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판결이었을 것”이라며 “첫 공판 후 최종선고를 취소하고 변론이 재개된 것은 가장 쉬웠던 판결을 심사숙고 해야 할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김영호 판사님이 가장 상식적이고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타투샵에서 고객으로 방문한 연예인에게 타투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으나 이후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했다.
|
김씨 측은 재판 이외에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타투이스트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에도 인권침해 사실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유엔(UN) 인권메커니즘 절차를 통해 개인 진정 준비를 시작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제소도 검토·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직업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협약 111조(고용 직업상 차별금지 협약) 위반사항이라는 게 김씨 측 설명이다.
이날 ‘타투가 의료행위라면 저는 허준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김씨는 30년간 이어온 판례가 ‘자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1992년 부작용 가능성, 질병 전염 등을 고려해 타투를 ‘의료행위’로 판단했으며, 그 이후 타투이스트의 타투 시술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로 판단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 씨는 “법·학술적인 분류를 통해서 타투가 의료행위로 판단한 게 아니라 국민 정서에 기인해서 사람들이 타투를 조직폭력배의 문화, 혐오감을 주는 문화로서 좋아하지 않다 보니 그 정서를 반영해 판례를 만든 것”이라며 “30년간 판례가 문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살아남아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의료진이 타투를 하고, 전 세계에서 예술가라고 인정받는 이들이 한국에서는 범죄자가 되는 궤변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30년째 제자리인 타투의 법제화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타투로 분류할 수 있는 행위를 국민 4명 중 1명이 경험하고 있는데 이들은 음성적인 루트를 통해서 타투를 하고 있다”며 “타투가 법 제도 밖에있어 저는 위생적 상황을 잘 지키려고 하지만, 이를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상황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타투 작업자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직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고, 저처럼 그림 그리는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되고 벌금을 물고 심하면 감옥에도 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