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안 하면 죽어버리겠다”를 사과로 받아들인 軍 경찰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초동수사 부실 드러나
직무유기 혐의 적용 등은 미정…"25일 수사심의위 의견 청취"
  • 등록 2021-06-23 오후 3:20:37

    수정 2021-06-23 오후 3:20:37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공군 경찰이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장 모 중사가 피해자 이 모 중사에게 보낸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사과로 인식했다고 진술한 것이 확인됐다. 이 중사가 부대에 성추행 피해사실을 신고하자,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용서를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는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사과로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이 중사가 수사 이후에도 2차 가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23일 이번 사건을 초동 수사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가 장 중사를 불구속 입건한 것과 관련, “수사관의 판단은 2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사과로 인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고 판단해 2차 위협은 물론,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이 없다고 판단했단 설명이다. 그는 “불구속 판단을 할 때 군 검사 의견을 들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20비행단 군 검사와 달리 20비행단 군 경찰은 아직 한 명도 피해자가 입건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부실 수사와 관련해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면서도 “이 부분을 가지고 입건해서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무유기는 단순 근무태만과 달리 ‘고의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0비행단 군 검찰은 사건 발생 약 한 달만인 지난 4월 7일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도 약 두 달간 한 차례도 가해자인 같은 비행단 소속 장 중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뒤늦게 장 중사를 조사한 5월 31일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을 기준으로는 9일 만이자 언론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날로, 파문이 예상되자 뒤늦게 부랴부랴 조사한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군사경찰대대의 수사가 어떻게 미진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며 “오는 25일 있을 수사심의위 의견을 들여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입건된 피의자는 장 중사와 20비행단 군검사, 20비행단 정통대대장·성고충상담당 등 총 13명이다. 또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공보장교 1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차 가해자와 접촉, 사건에 대해 개입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계룡대의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관계자는 “기자들과 접촉한 부분의 정보를 압수수색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상적인 공보활동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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