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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진보담론’인 기본소득을 발판 삼아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보수를 버렸다’는 이유로 견제 중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황교안 체제에서 끌려다니기만 했던 보수야당이 모처럼 화두를 이끌어나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 비대위원장이 먼저 끌고 나온 개념은 ‘진취’였다. 보수라는 틀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복지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위원장은 1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통합당이 앞으로 조금 더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며 “정책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3일 통합당 초선 모임에 참석해 “나는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전혀 의미가 없다”고 일갈을 날렸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여권은 물론 청와대까지 영향을 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기본소득제에 대해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도 나섰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1호 공약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창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에는 힘이 실렸다. 김두관 의원도 환영입장을 보였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견제에 나섰다.
통합당 내에서는 황교안 전 대표 시절 끌려다니기만 했던 과거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한 변화라는 시각이다. 황 대표는 딱 1년 전인 지난해 6월 “지지세력을 넓혀 사람을 끌어오는 정책을 펼쳐야 이길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중도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이 출발점이다. 저를 거부하는 곳이 있더라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뿐이었다. 지난해 내내 범여권이 선거법 개정·공수처법 제정·반일(反日)공세에 나서자 장외집회·단식·농성으로 수세적 입장만 취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아직도 당내 일부 의원은 정부여당보다 재정건전성을 더 우려한다”며 “국정 책임은 여당에게 있다. 우리는 민주당보다 더 공격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