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과정 소명해야…선정 무효”(종합)

서울시, ‘오세훈표 신통기획’ 원칙 흔들 우려에…압박수위 높여
“설계사 선정 다시해야”…정비업계, 인허가 불허할 수도 해석
조합 “희림건축 기준안 받아들여 사업 문제없어”…잡음 불가피
전문가 “서울시, 건축심의시 반려하면 그만…명백한 과잉대응”
  • 등록 2023-07-17 오후 3:37:09

    수정 2023-07-17 오후 7:18:24

[이데일리 오희나 이윤화 기자]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사 선정이 ‘무효’라고 공식화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에 대해선 선정과정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며 설계사 선정을 다시 하라고 압박했다. 조합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여서 앞으로 사업진행과정에서 조합과 서울시 사이의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울시 “설계사 선정 다시 해야”…조합 압박

서울시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압구정3구역조합이 설계업체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희림건축)을 선정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압구정3구역(설계업체 선정)은 일단 무효라고 판단한다. 설계사 선정 과정 소명작업 필요하다”며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공정하고 단호한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설계사 선정도 다시 한 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해서 공정하고 단호한 대책을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 역시 “서울시 압구정 설계사 공모 과정은 정비사업에서 원칙을 흩트리는 데다 낚시성 설계안을 가지고 선의의 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원칙을 흐리는 데 대해 서울시는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인허가 절차에 있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희림건축은 압구정3구역이 제3종 주거지역으로 용적률 최대한도가 300% 이하지만 인센티브 등을 적용해 상한을 높일 수 있다며 용적률 360%의 설계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지난 11일 희림건축을 사기미수, 업무·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강남구청과 함께 ‘공모 절차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민간사업 강제력이 없기에 조합은 15일 총회를 열고 희림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했다. 희림건축은 총회 당일 서울시의 신통기획 기준안을 받아들여 용적률을 360%에서 300%로 낮춰 조합에 제시했다. 다만 사전 서면투표를 한 조합원 등 일부 조합원들은 기존 설계안에 투표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내부에서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다.

조합 “시에서 통보받은 거 없어”

정비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조합에 대해 설계사 변경이 없다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에 신통기획도 없다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서울시의 강경 대응은 주택·건축 분야 핵심사업인 ‘오세훈표 신통기획’이 자칫 흔들릴 수 있어 전략적으로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만 해도 강남권에서는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민간주도 방침이 이점으로 작용하면서 신통기획에 참여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총 44곳에 달한다. 하지만 전례 없이 서울시가 ‘가설계안’을 근거로 특정 업체를 고발하고 압구정정비사업을 압박을 가하자 설계 공모를 진행해야 하는 다른 조합도 이번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로서는 이번 사태를 가만히 놔두면 이미 신통기획안에 맞춰 설계사를 선정한 다른 구역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앞으로 설계 공모를 하는 구역에서 사업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희림건축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맞게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협조해 용적률도 300%로 하향 조정한 만큼 사업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서울시로부터 아직 어떤 내용도 통보받은 것이 없다”며 “조합에서 추가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市 대응 이례적 과도”…잡음 불가피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입찰단계서부터 개입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조합이나 설계사가 제시한 안이 잘못됐다면 건축심의를 반려하면 그만인데 인허가의 칼자루를 쥔 서울시가 입찰단계에서부터 관여해 과잉대응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며 “지자체는 인허가권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아무리 압구정3구역 재건축이 상징적인 사업이라 하지만 시공사도 아니고 설계사인데 대응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서울시 지침에 어긋나는 과도한 용적률과 초고층 설계를 채택했지만 서울시에서 관여한 적은 없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준수한다면 조합에서 설계사를 선정하는 것은 자율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대우건설이 고도제한(90m 이하)에 어긋나는 설계안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대우건설은 고도제한을 무시하고 아파트 높이를 118m까지 높이겠다는 이른바 ‘118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두고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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