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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삼성전자(005930) 시가총액을 18조원 넘게 날려버린 이후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올해보다 낮아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은 종전부터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반도체 투자심리 제대로 흔들렸다
반도체 업황이 조만간 꺾일 것이란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삼성전자 주가를 27일 하루에만 5% 이상 하락시켰다. 외국인 투자자는 3300억원 가량 주식을 내다팔았다. 미국, 대만으로도 그 여파가 퍼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3% 하락했고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도 각각 6.71%, 3.28% 하락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 ADR도 4.5% 주가가 하락했다.
“낸드 가격 하락해도 수요는 무너지지 않아”
그러나 국내 증권사에선 낸드의 경우 공급이 증가하더라도 수요가 받쳐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 낸드의 평균 판매단가는 전년대비 9%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투자 증가로 삼성전자 낸드 출하량이 51% 가량 증가하면서 낸드 영업이익은 17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9%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낸드사업은 계단식으로 성장해왔다. 4~6년간 `공급 증가→가격하락→수익성 유지` 등 시장 확대 전략이 추구된 뒤 일정 기간 동안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진행돼왔다는 것. 2007년과 2017년이 수익성 극대화 전략이 집중됐던 기간이었다면 내년부터 향후 3~4년간은 공급을 확대하는 시장 확대 전략이 구사된다는 설명이다.
“저평가·주주환원” vs “밸류에이션 따라가지 않아”
국내 증권사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엔 변화가 없고 현 주가가 실적대비 저평가됐단 점을 감안하면 매수 적기란 분석이 나온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는 올해 주가수익비율 7.6배이고 내년 6.5배로 여전히 저평가 영역에 있다”며 “삼성전자가 2010년 이후 5% 이상 하락한 경우는 일곱 차례 있었으나 한 번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일주일내에 반등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 정책도 주가를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추정실적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3%에 근접할 것”이라며 “외국인 과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을 비중 확대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적으로 밸류에이션에만 기반해 움직이지 않았다”며 “내년 매출과 이익 성장세 하락도 주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D램 가격의 고점을 찍기 3~6개월전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 배당수익률이 올해 1.3%에서 내년 2.6%로 2배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는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평균 배당수익률 3.3%보다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