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세, "필요하다" vs "부작용 낳을 것"

최종구 차관보 "토빈세 취지 살리는 외환거래세 도입할 것"
"외환시장 위축시켜 변동성 키울 위험 있어"
  • 등록 2013-01-30 오후 5:11:45

    수정 2013-01-30 오후 5:11:45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기획재정부가 토빈세 취지를 살린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외화자본 유출입 규제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외화자본 유출입 규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을 전개했다.

외화자본 유출입 규제에 찬성하는 토론자들은 과도한 자본유입으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유입된 자본이 갑자기 감소하는 서든스탑(Sudden Stop)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외환위기가 또 다시 도래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토론자 중 가장 주목되는 발언을 한 인물은 외환당국 정책책임자인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였다. 최 차관보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대외여건 및 외환시장 움직임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인 만큼 대응조치도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등 토빈세가 지향하는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토론자 역시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매우 얕고 좁다”며 “환차익을 노리고 투기세력들의 ‘타겟’이 되기 쉬운 외환시장인 만큼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최근 3조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우리나라 채권시장 투자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며 “중국의 채권투자비중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4000억달러의 총외채와 이자를 고려할 때 200억달러의 경상수지를 유지할 수 있는 환율을 적정환율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론 역시 만만치 않았다. 최근 원화 강세가 외화자본 유입에 근거한 것이 아닌만큼 사실상 외화자본 유출입 규제가 큰 효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최근의 원화 강세는 자본유입 때문이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달리했다.

오히려 외화자본 유출입 규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거래세는 대외거래 전반에 대한 비용을 상승시켜 교역비중이 크고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다양한 외환거래 수요에 대해 차별하면 암시장 확대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이성희 JP 모건체이스 지점장은 “우리나라 일평균 외환거래량 250억달러 중 기업 등 실수요에 의존한 거래는 10~20%에 불과하다”며 “거래세 도입은 시장조성기능을 위축시키고 시장을 보다 얇게 만들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외환변동성 확대는 국내 기업체들의 외환거래 비용을 오히려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오장근 고려대학교 교수,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성희 JP 모건 대표,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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