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사는 “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며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공수처 일정 조율이 잘 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사의 자진 귀국에 공수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 대사에게 출석 통보를 하기에는 수사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포렌식 작업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과 함께 하급자부터 차례로 조사해 ‘윗선’인 이 대사를 조사해야 하지만 섣불리 소환 조사를 진행하기에는 미흡한 상태기 때문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추가 소환 계획 등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성 출국했다’는 야권의 정치 공세에 오히려 가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이 대사가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공수처는 즉각 “출국을 허락한 적 없다”며 날을 세웠다.
공수처는 법무부가 이 대사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을 두고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팽팽한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이 대사가) 법무부에 제출한 출국금지 이의신청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원칙으로 강조해온 만큼 이 대사 출석 통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대사를 소환할 경우 지난 7일 진행한 실익 없는 기초조사가 재현될 수 있어 ‘맹탕 조사’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지휘부 공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현실적으로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월 19일 퇴임한 김진욱 전 공수처장에 이어 여운국 전 차장도 떠나면서 김선규 수사1부장과 송창진 수사2부장이 각각 처·차장 대행을 맡아왔다. 김 처장대행은 과거 검찰 근무 당시 수사기록 외부 유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다시 복귀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지난달 29일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를 처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신임 공수처장 지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장은 청문직인 만큼 인사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