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타고 한국 상륙한 아마존..이커머스업계 지각변동 예고

네이버·쿠팡 등 토종 이커머스 두각 나타내자
이베이코리아, 이마트에 경영권 매각
아마존과 손잡은 SKT의 11번가 재도약 기회
  • 등록 2021-08-31 오후 2:54:29

    수정 2021-08-31 오후 6:54:53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여우(이베이)를 피하니 호랑이(아마존)를 만났네요.”

세계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31일부터 11번가에 개설된 ‘글로벌 스토어’에서 ‘직구(직접 구매)’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한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이런 말로 위기감을 드러냈다. 아마존과 이베이는 각각 1994년과 1995년 미국에서 설립된 원조 온라인쇼핑몰이다.

이 중 이베이는 2001년 옥션을 인수(2008년 G마켓 추가 인수)하는 ‘크로스보더 딜(국경간 M&A)’로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사실상 철수한다. 네이버(035420)(쇼핑) 쿠팡 등 토종 이커머스의 급부상에 버티지 못하고 지난 6월 말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3조4000억원에 매각하며 출구를 마련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베이가 떠난 빈자리는 아마존이 파고든다. 아마존은 지난해 3860억달러(약 450조원)의 매출을 냈으나 주주들은 늘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 있다. 이에 아마존은 12번째 해외 진출국가로 글로벌 이커머스의 테스트베드인 한국을 낙점하고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자회사 11번가와 손잡고 우회 진출했다. 일본, 인도 등 11개 국가는 아마존이 공식 웹사이트를 만들어 직진출한 것과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행이 빠르게 변모하는 한국의 특수성을 알아채고 현지 파트너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 국내에 유통 관련 법인(아마존서비시즈코리아)을 세웠으나 그간 글로벌 셀러 모집과 교육 업무만 했다. 이번에 아마존이 11번가와 협력해 본격적인 한국 공략에 나서면서 경쟁 강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또 한 번 대격변이 예상된다.

아마존과 11번가는 아직 전체 온라인쇼핑 내 비중은 미미하지만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직구 마켓을 정조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2조원을 밑돌던 해외 직구 거래액은 2020년 4조원을 웃돌았다. 올해는 5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양사가 내세운 경쟁력은 △압도적인 상품 구색(3000만~4000만개로 추정) △배송기간 단축과 무제한 무료배송(월 구독료 4900원 가입 시) △친숙한 인터페이스 및 한국어지원 등이다.

국내 이커머스 4위인 11번가는 아마존 효과로 ‘해외 직구=11번가’란 인식이 뿌리내린다면 공고해진 네이버 쿠팡 G마켓·옥션(+SSG닷컴) 3강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향후 기업공개(IPO) 계획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11번가의 국내 이커머스에 대한 노하우와 아마존의 풍부한 글로벌 리테일 경험을 결합한 서비스”라며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해외 직구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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