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대한민국]12조 들여 3442명 민간고용 창출…눈물의 혁신도시

수도권으로부터 인구 순유입 효과는 '겨우 3년'에 그쳐
대다수 동일 시도에서 이전…인구유입효과 미비
민간고용 창출도 1개 기업당 15명에 불과
  • 등록 2021-08-13 오후 2:00:00

    수정 2021-08-13 오후 2: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터였던 ‘혁신도시’가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치중돼 있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이를 중심으로 기업·대학·연구소 등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통해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시작돼 345개 중 153개 기관이 2019년까지 지방으로 이동했다. 총 사업비 12조 3718억여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이같은 효과가 일시적이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가 순유입됐지만, 이후부터는 다시 수도권 유입현상이 재발했다. 당초 기대했던 혁신 효과가 미비했던 탓이다.

울산·부산혁신도시는 오히려 순유출

감사원이 국토연구원 자료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10개 혁신도시로의 순유입 인구와 유출 지역을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0년까지 총 19만 6538명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유입 인구가 어디서 왔는지를 보면, 절반 이상인 54%가 동일한 시·군·구인 모(母)도시로부터 유입됐다. 또 해당 광역시·도 주변 기초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순유입 인구도 23%에 달했다. 가장 기대했던 수도권에서의 순유입 인구는 15%로 2만 8666명에 불과했다. 이외 다른 시·도로부터의 순유입인구가 8%를 차지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순유입이 많이 된 곳은 충북혁신도시로 7171명이었다. 이어 광주·전남혁신도시 5730명, 강원혁신도시 5141명이었다. 울산혁신도시와 부산혁신도시는 오히려 수도권으로 인구가 순유출(1266명, 84명)됐다. 감사원은 가장 인구 순유출이 많이 일어난 울산혁신도시의 경우, 관련기업 구조조정을 꼽았다.

혁신도시 이전 민간기업 1곳당 15명 고용

당초 정부 계획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고, 민간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10개 혁신도시 내 민간기업 입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2월 기준 입주기업은 1425개였고 이들 중 70.8%(1009개)가 동일 시·도에서 온 것이었다. 수도권 이전기업은 224개에 불과했다.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업 224개는 광주·전남혁신도시가 73개, 부산혁신도시가 34개, 대구혁신도시가 29개였고 이들 기업의 전체 고용규모는 3422명이었다. 1개 기업당 고용규모가 15명이다. 이는 가장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던 한국전력공사를 유치한 광주·전남 혁신도시 역시 다르지 않다. 한전은 11개 시·도 중 10개 시·도에서 1순위로 유치하길 희망하는 등, 민간기업 고용창출 효과가 가장 기대되는 기관이었다. 그러나 73개 이전기업들의 전체 고용인원은 1134명, 1개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15명이었다.

이처럼 혁신도시가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공공기관조차 감시망을 피해 수도권에 잔류인원을 늘리는 사례도 적발됐다. 지방이전기관의 수도권 잔류기준에 따르면 이전 대상기업의 주요 업무, 인원, 자산은 모두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만약 불가피한 사유로 수도권에 잔류하는 인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최소 인원 하에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153개 공공기관 중 잔류인원은 1578명이었지만, 2020년 6월 기준 실제 잔류 인원은 2809명이었다. 18개 공공기관이 국토부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1231명을 수도권에 잔류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18개 기관 중 미승인 인원이 많이 증가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예탁결제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대상으로 실지감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수도권에 집중된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도권 잔류 인원을 점점 늘려나가고 있었다.

공공기관이 매각한 ‘알짜부동산’ 오히려 수도권 인구유입 자극해

오히려 혁신도시가 수도권 인구유입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혁신도시법은 공공기관은 지방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자금을 매각해 조달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더욱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용도변경해 매각에 나섰다. 민간은 이 알짜부지를 사들여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 건축 등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옛 한전 본사 부지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금싸라기 부지를 현대차는 10조원을 들여 샀다. 당시만 해도 이 부지의 용도는 ‘주거’였지만, 현대차는 토지 용도를 ‘상업’으로 바꿔 100층 넘는 현대차 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센터를 만들고 있다.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제출된 종전부동산 활용계획에 따르면 GBC센터를 통해 발생하는 인구효과는 2만 3813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GBC 개발을 계기로 본격화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마이스, KT송파전화국 부지 복합개발 등의 일련의 개발은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혁신’인 셈이다.

감사원이 이전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수도권 부동산 활용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78개 공공기관들이 107개 수도권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 중 32개는 주거시설로, 44개는 상업·업무시설로 12개는 근린생활시설과 문화시설로, 11개는 교육연구시설로 활용되고 있었다. 또 107개 중 20개는 개발을 완료하였고, 41개는 개발 중으로 총 61개(57%)는 새롭게 해당 부동산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38개는 기존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혁신도시 이전을 촉진하고,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부동산 활용 계획이 정책목표와 상출되는 점이 없는 지 범정부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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