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별 예산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에도 매년 실시하는 지출 10% 감축하는 재탕 대책만을 포함했을 뿐이다.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준칙 같은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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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기재부가 확정한 2021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르면 각 부처에 대해 법정경비나 인건비 등 필수 소요를 제외한 재량지출의 10%를 의무 구조조정해 내년도 예산을 요구토록 했다.
재량지출의 10% 감축은 매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마련할 때마다 들어가는 조치 중 하나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주요 신규·정책사업은 재량 지출을 10% 이상 구조조정해 충당할 것을 제시했다. 구조조정 규모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 혁신 방안을 담았지만 코로나19 사태 등 비상경제 상황이 반영되지 않고,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작년에는 부처에 자율 구조조정을 요청했지만 올해는 구체적 절감 계획을 만들고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여할 것”이라며 “연초부터 보조금과 집행부진 사업을 일부 검토했기 때문에 여의치 않으면 편성 과정에서 10% 이상 감축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을 의무화하고 필요 시 10% 이상 사업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2차 추경 등 추가 재정 소요 높아져
올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해 512조원의 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코로나19에 대응한 추경으로 재정 부담은 한층 늘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비율(4.1%)은 1998년 외환위기(4.7%) 이후 처음 4%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치권 중심으로 총선 이후 10조원 이상의 2차 추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재정 건전성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정부는 관행적으로 집행하는 보조금 지급 사업이나 연례적인 이·불용(넘어가거나 쓰지 못하는 예산) 사업을 구조조정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1~2월 중 보조금 및 이·불용 반복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심의하고 중장기적 재정준칙 설정도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정지출·부채증가 속도 가팔라.. 재정수지 관리 시급
일선 부처도 아직 예산 관련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정부부처 정책 담당자는 “예산 사업의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지시나 별도 자료 제출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병행해 재정 지출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안 실장은 “각 부처가 구조조정 방안 마련해 예산을 요구하게 하고 실적이 우수하면 재정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며 “절감한 재원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협업 예산을 도입하는 등 집행 효율성과 재정 생산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종합 대책을 만들고 추경안 통과를 추진하는 등 재정 소요가 커진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한발 뒤로 밀렸다. 정부는 2월 돼서야 재정 혁신 태스크포스(TF) 출범회의를 열고 상반기 중 구체적인 지출 효율화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연초 예산 전면 재검토는 이미 물건너간 셈이라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빠르게 커지는 것 자체가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재정 지출과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늘지 않고 재정수지를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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