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D-2]①보수 단일화, 로하니 위협…親서방노선 시험대

현 대통령 로하니의 개방 노선 재신임 성격
종교 원리주의 앞세운 라이시, 현정권 '맹폭'
  • 등록 2017-05-17 오후 12:01:17

    수정 2017-05-17 오후 12:01:17

하산 로하니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란 대통령 선거가 19일(현지시간) 열린다. 현 대통령인 중도파 하산 로하니(69)의 개방주의, 친(親)서방노선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핵 합의를 성사시키며 자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서방의 대 이란 경제제재 완화를 선택했다.

최대 맞수는 검사 출신의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56). 이슬람 종교를 중시하는 이란내 보수파인 라이시는 로하니의 2015년 핵 합의와 그에 따른 경제제재 해제가 이란에 아무런 실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며 서민층 표심을 흔들고 있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로하니표 친서방노선에 대한 재신임과 서방 경제제재 완화 이후 2년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개방’ 로하니 대 ‘종교’ 라이시

현재로선 로하니 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다소 우세하다. 그러나 종교 원리주의를 앞세운 라이시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지 주요 여론조사기관은 대부분 로하니의 연임을 점치고 있지만 라이시의 공격도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로하니가 정권을 잃을 이유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로하니가 연임에 실패한다면 38년 이란 공화국 역사상 대통령의 첫 연임 실패다.

블룸버그는 “종교주의 보수파 유권자는 투표 의지가 강한데 로하니 지지자는 투표를 해야 할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역전 가능성을 거론했다. 라이시가 대이란 제재 해제 이후에도 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포퓰리즘 성격도 띤다. 이 여파로 반대파의 투표 의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낮은 투표율 속에 보수파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당선된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자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해 서방 제재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AFP


로하니의 경제적 성과는 수치상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서방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완화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6.6%나 성장했다. 교역규모도 4.3% 늘었다. 지난해 재개한 원유 수출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때 30%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은 9%대까지 낮아졌다.

문제는 아직 그 효과가 서민층의 삶으로까지는 이어지고 않았다는 점이다. 경제제재가 풀린 지 이제 막 1년여 수준이어서 원유 생산도 아직 정상화하지 못했다. 불안정한 유가도 이란의 경제 상황의 큰 불안요소다. 더욱이 나라 경제는 살아났지만 일반국민이 체감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같은 기간 이란내 실업률은 12.4%로 전년보다 오히려 1.4%포인트 올랐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이 높다. 15~29세 실업률은 25.9%로 1년 전보다 2.6%포인트 올랐다. 더 기다려보자는 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유권자는 포퓰리스트적 성격을 띈 라이시에 쏠리고 있다. 라이시는 최근 TV토론에서 “금융 제재는 여전하고 이란 경제가 좋아지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로하니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서방의 경제 제재는 금융 부문 등에 여전히 남아 이란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서방국에게 이란은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위협 요소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지하는 서방국에 반해 정부군을 지지하고 있다.

막판 후보 간 단일화 변수도

선거 막판 후보 간 단일화도 이번 선거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로하니는 다자 구도때 지지율이 40%를 웃돌며 여유있는 1강 구도를 만들었으나 단일화 이후론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보수파의 유력 후보였던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은 최근 전격적으로 사퇴하고 라이시 지지를 선언했다. 로하니 대통령 역시 개혁파인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이 16일 사퇴와 함께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자한기리 부통령의 지지율은 5%도 채 되지 않은 만큼 대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는 로하니와 라이시 외에 총 네 명의 후보가 남아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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