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IE연구원, "남북경협 재벌보다 중기 주도로"

"경제마인드로 접근해야"
  • 등록 2003-10-10 오후 8:09:43

    수정 2003-10-10 오후 8:09:43

[조선일보 제공] “북한의 경제 개혁을 돕기 위해선 재벌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나서야 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아시아 경제 패널회의 참석차 방한한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연구원은 9일 “지금까지의 남북 경협은 재벌 중심의 정치 행사에 그쳤다”며 “실제로 북한에 투자해 돈을 벌겠다는 중소기업들이 나서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북한은 재벌들이 건네준 경제 지원금을 챙겼지만, 남북 경협을 통해 시장경제 체제를 배우기보다는 뒷돈 거래·뇌물 등 자본주의의 나쁜 면들만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경제 마인드를 가진 중소기업들이 투명하고 냉철하게 북한과 거래할 때 북한도 경제를 제대로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음성적인 무역과 외환 암시장을 단속하기 위해 대규모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등 경제 체제 단속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 정부가 통화를 마구 찍어내 북한 원화는 달러당 150원에서 900원으로 크게 평가절하됐습니다. 북한 원화를 많이 가지고 있던 암시장 상인들에게 철퇴를 내리겠다는 것이나, 이로 인해 경제는 몹시 불안정해졌습니다.” 게다가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외부 원조마저 급감하자 90년대 이후 최대 100만명 가량이 기아로 사망했을 정도로 경제가 황폐화됐다고 놀랜드 연구원은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 경제난의 해법(解法)으로 그는 “수출 주도형 산업체제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현재 북한은 일부 경제특구 등에서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 하지만 정부가 정한 노동자 임금이 너무 높아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며 “중국·동남아보다 싸게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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