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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치적 시험대 된 나토 정상회의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제75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우리가 친구들과 함께할 때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이 신성한 의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국민은 나토가 없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해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고 미국 군인이 죽을 것이며 독재자들이 혼란을 퍼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가 나토에 합류하고 최소 국가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국가들이 늘어났다며 나토가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놀라운 진전은 우리가 준비돼 있고, 기꺼이 공격을 억제하고 나토 영역의 모든 부분을 방어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역사적 순간은 우리의 집단적 힘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유럽보다 더 많은 지출을 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지만,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현실이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어눌한 말투와 초점 잃은 내용으로 그의 직무수행 능력마저 의심받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후보 교체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주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하며 일단 당내 후보사퇴론을 잠재웠지만, 그가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언제든지 불붙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은 나토 정상회의가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리더십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이 되길 바랐지만, 이제 재선이 적합한지에 대한 시험대가 됐다”며 “이번 회의서 성과를 거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로서 입지를 강화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오히려 사퇴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컴백’·극우세력 득세로 나토 중대기로
트럼프의 ‘컴백’은 나토에게도 중대한 고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롯한 그간의 나토 정책들이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부정적이었고 재임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
지난 9일 종료된 유럽 의회 선거에서 16%의 지지율을 얻어 2당이 된 독일의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노골적인 친러 정당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반대하며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는 정치변화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고히 하려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경로를 되돌릴 수 없다”는 문구가 삽입될 것이라고 유수의 미국 언론이 밝혔다. 러시아 침공에 대한 나토 차원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또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연간 400억유로(약 60조원) 수준의 군사지원을 유지하겠다는 ‘서약’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보장에 회의적이었으나, 우크라이나가 민주적 개혁 등의 과제를 완수한다는 조건으로 이 표현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치변화에 따른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 유럽 고위외교관은 CNN에 “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매우 돌이킬 수 있다”고 농담했다.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나토의 약화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닛케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한국, 일본, 호주는 나토와 결속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해왔다”며 “나토의 결속이 약해지면 이들 국가의 전략에도 균열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