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소식에 일본의 주가지수가 장 초반의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마감했으며, 엔화 가치는 소폭 올랐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반응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끔찍한 사건에 대한 단순한 위험회피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오는 10일로 예정된 제26회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 유세를 돕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져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40대 남성을 체포,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8일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닛케이225 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48%까지 올랐으나 상승 폭을 대폭 줄여 0.10% 상승으로 마감했다. 오후 4시 2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1% 하락한 135.84엔을 기록 중이다. 이날 한때 136엔대를 넘어섰다가 하락한 것이다.
엔화는 강세로, 주식시장은 약세로 돌아선 것은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사임했으나 현재도 여당인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의 수장으로서 정부와 정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엔저 정책이 포함된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유명하며, 2013년 2차 아베 내각 초기 때 현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임명되기도 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도중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베 전 총리가 엔저 정책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만큼, 그의 피격으로 인해 이날 엔화 강세가 나타났다고 보았다. 그는 “구로다 총재의 임기 마감인 내년 4월 이후 차기 총재 선임에도 아베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피격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왔던 현 BOJ의 입장 변화에 경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평가 절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피격 사건과 BOJ의 통화정책 변화를 연결짓는 것은 섣부르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 도쿄 라이트스트림 리서치의 미오 카토 애널리스트는 “주요한 펀더멘털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엔화 강세는 일본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피격 사건으로 순간적인 위험 회피 심리가 나타나 안전자산인 엔화를 사들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바트 와카바야시 매니저도 “단지 엔이 피난처 역할을 한 것이다. 위험 신호가 발생했을 때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엔화를 사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정형화된 반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