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불 사회가 韓방송 사업자 재원 악화의 주범"

이시훈 계명대 교수 "낮은 방송대가, 저비용 악순환 구조 되풀이"
  • 등록 2015-06-12 오후 4:42:35

    수정 2015-06-12 오후 4:46:1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방송 광고 시장 위축으로 방송 사업자들의 재원 구조가 취약해지는 가운데 우리 사회 만연된 ‘저지불 사회’가 이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유료방송 및 지상파 방송에 소비자들이 내는 수신료가 싸기 때문에 저비용의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된다는 뜻이다.

저지불 사회, 방송업계 재원 구조 악화 원인

이시훈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12일 한국광고학회 주최로 열린 ‘경제활성화와 광고산업’ 세미나에서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방송 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비싼 값에 인수하는 미국 등 선진국 기업과 달리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사거나 유사한 것을 만들려고 한다”며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저지불 사회가 만연됐고 저비용의 악순환 구조 또한 되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국내 방송 수신료 구조에서 ‘저지불 사회’가 나타난다고 제시했다. 방송 수신료는 KBS 수신료, 유료방송의 시청 수신료처럼 소비자가 방송사나 중계사에 내는 비용을 의미한다.

그는 이 수신료를 ‘직접세’에 비유했다. 직접세 비중이 높은 나라의 정부 재정이 안정적이듯이 수신료 비중이 높은 방송 사업자일수록 경영상태가 양호하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직접세와 상대되는 개념인 ‘간접세’의 예로 광고료를 들었다. 그는 “우리 방송 산업은 지금까지 직접세를 걷으려기보다 간접세를 더 늘리려고 애썼다”며 “이같은 노력 때문에 재원 구조가 어려워진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수신료 수입이 보장돼야 경기에 따른 광고 산업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고 방송 제작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영국 정보통신 규제기관 오프콤(Ofcom)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공영방송에 대한 수신료는 연간 기준 한국이 18유로(약 2만2600원)로 징수국중 가장 낮은 편이다. 영국은 146유로, 프랑스가 113유로, 일본이 92유로였다.

유료방송 시청료도 낮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유료방송의 월간 가입자당 매출(ARPU)은 2012년 기준 10.75달러(약 1만2000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헝가리로 10.67달러였다. 한국은 터키 12.21달러, 슬로바키아 14.18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Infoma(2013)자료중 OECD 가입 국가만 정리(출처 : 강준석 외(2013))
이 교수는 “다채널 시대가 되면 방송광고 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채널의 증가는 평균 시청자 수 감소로 이어지고 시간당 광고 수익도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제작비 감소로 각 채널의 수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교수는 “유료방송 사용료가 현실화돼야 하지만 최근 4~5년간 저가 결합상품이 등장하면서 유명무실화됐다”며 “저지불 사회의 고착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결합상품은 유무선 통신, 방송(IPTV, 케이블방송) 등을 한 통신사에 가입하면 20~30% 할인 혜택을 주는 통신과 결합된 상품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인터넷 공짜, TV 공짜’로 홍보를 하기도 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결합상품이 방송시장 저가화의 원흉이라며 각 통신 상품별 할인요율을 명시하고 똑같이 만들어서 소비자의 오인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구 혁신 노력도 있어야

한편 이날 세미나에 모인 패널들은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 광고를 허용하는 등 비대칭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나름의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졌다.

이은주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성이 이 정도로 안 좋은지 몰랐고 마음도 아팠다”면서도 “경영이 안좋으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한 부분에 집중하면 마찰만 커질뿐”이라며 “다른 이들의 신뢰성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패널들. 왼쪽부터 장대호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광고정책과 과장,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심성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범석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교수, 차경천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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