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국감 이틀째‥야당 ‘민자·KTX민영화·김석기사장’ 집중추궁

  • 등록 2013-10-15 오후 4:37:16

    수정 2013-10-15 오후 4:41:19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15일 이틀째를 맞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제2경부고속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민간자본 추진, KTX 경쟁체제 도입 등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대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 “제2경부고속도로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민주당은 이날 정부가 제2경부고속도로 등 SOC 사업에 민간기업을 끌어들여 추진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정부 예산을 낭비하다가 이제 와서 예산이 부족하자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경기 구리와 세종시를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는 2008년 계획 당시만 해도 국토부가 한국도로공사의 자체투자 사업으로 건설할 계획이었다. 특히 2009년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B/C(비용대비편익) 1.19로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검증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는 제2경부고속도로 사업을 민간자본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이 짓는 고속도로는 당초 정한 수익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가 예산을 들여 수익을 보존해 준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보존해 준 금액만 2조5980억원에 달한다. 특히 민자고속도로는 정부의 수익 보존으로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는데도 통행료는 비싸다. 국토부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도로공사가 지은 고속도로 통행료보다 0.9~2.9배가량 높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아직 민자로 할 것인지 재정사업으로 할 것인지 비교 분석 중에 있다”며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 민간사업자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이날 국감에서는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부풀려 그만큼 통행료가 비싸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구간은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수주한 서울~춘천고속도로(61.1km)다. 이 구간 통행료는 6500원으로 다른 구간보다 비싼 편이다. 문병호 의원은 “부풀려진 공사비가 통행료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정부로부터 이 구간을 1조3097억원에 수주했지만 정작 하도급업체에는 7797억원(하도급률 59%)에 공사를 맡겼다. 이는 정부가 하도급액이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판단하는 기준(하도급률 6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 의원은 부대비용 등을 제외해도 원도급자가 최소 268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이 구간 사업자에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총 297억원을 수익보존금으로 지급했다.

◇ “2단계 KTX 민영화 비밀리에 추진 중”

이날 박수현 의원은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철도산업구조개혁 및 철도발전계획 수립 연구’라는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 서문에는 ‘2015년 개통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와 연계되는 노선부터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에 대해 서승환 장관은 “해당 연구용역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민간참여 방식의 경쟁도입을 전제로 발주된 것으로 현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2015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30%)와 공기금(70%) 투자로 설립된 회사에 운영권을 주는 내용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정관에 공사와 공기금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수 없도록 명시했기 때문에 민영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 대법원 판례를 보면 연기금이 제3자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승환 장관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용산참사 희생자 안타깝게 생각”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 7일 임명된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경 의원은 “공항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고 했고, 오병윤 의원은 과거 김석기 사장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하라”며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은 “당시 희생자가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퇴직 후 천도재를 열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 대답했다.

공항공사 노조는 김 사장이 내정된 7일부터 공항공사 앞에서 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진입 저지로 김 사장은 아직 한 차례도 공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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