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이날 사저 매입 실무를 담당한 김태환(56)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을 지난 18일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또 사저 부지의 일부를 소유했던 박모씨와 매수인 측 T 부동산 중개업자인 이모씨의 주변인물 1~2명도 함께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내곡동 사저 부지 선정과 매매 과정, 경호처와 시형씨의 3필지 매입금 분담기준 등을 확인하며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장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특히 경호처가 내곡동 9필지 중 3필지를 시형씨와 공동으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김씨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의 분담액을 줄이는 대신, 청와대 경호처가 더 많이 부담토록 매입금을 배분해 결과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특검 조사에서 사저 터 매입 당시 주변 시세와 지가 상승요인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기준으로 매입금 분담액을 산정했다는 기존 입장을 한결같이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매매거래 과정에서 경호처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 처리를 했고, 이 대통령이나 측근들의 불필요한 개입이나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두 차례에 걸친 조사결과를 토대로 김씨에 대한 처벌 여부와 수위를 잠정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김씨를 피의자성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을 변경한 만큼 배임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했거나 수사의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에 조작 가능성이 있고 관련자 진술을 통해 신빙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속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김씨에 대한 처벌 방침을 세울 경우, 수사 대상이 김씨로부터 보고를 받고 계약에 관여한 청와대 ‘윗선’으로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전 경호처장은 청와대에서 내곡동 사저 부지 선정과 매입계약 실무작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경호처가 지분비율보다 매입금을 지나치게 많이 부담함에 따라 배임 혐의에 관여했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했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어 ‘대통령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다음 달 3일 소환키로 확정했다.
김세욱(58·별건 구속기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은 최근 두 차례 특검 조사에서 매매대금 송금과 세금 납부 등 전반적인 상항을 김 전 총무기획관이 직접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총무기획관을 상대로 계약 과정에서 관여한 사실이나 이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측에 매매거래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는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 중이다.
애초 특검팀이 청와대 경호처를 가장 먼저 압수 수색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이시형씨와 함께 사저 부지를 공동으로 사들인 청와대 경호처가 매매거래 관련 자료를 상당 부분 보관하고 있을 것이란 점 때문이었다.
특검팀은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가능성을 전혀 부정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측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3의 장소에서 특검팀에 인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대부분 청와대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며 “어떤 방법을 통해서 확보하느냐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 (압수수색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특검수사 때 청와대 컴퓨터를 제3의 장소로 옮겨놓고 수사팀이 열람하고 특정 자료를 요구해 복사해서 받은 적이 있다”며 “청와대가 자료를 은폐 또는 조작할 가능성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24일 조카 시형씨에게 사저 터 매입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빌려줬고, 시형씨는 특검 수사를 앞둔 지난 5일 먼저 5억원을 상환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연결고리’가 나오면 다스 법인에 대한 계좌추적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 회장 측에 따르면 시형씨가 지난해 5월20일 차용증을 작성해오자 이 회장은 조카라는 점을 고려해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도장만 찍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서울 구의동 자택 붙박이장에 평소 사업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모아 놓던 현금 가운데 6억원(5억원은 1만원권, 1억원은 5만원권)을 보자기에 싸뒀다가 부인 박모씨를 통해 시형씨에게 건넸다.
붙박이장은 최대 10억원까지 보관이 가능하며, 잠금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자전거를 세워 둬 평범한 벽장처럼 위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자금출처나 성격뿐만 아니라 시형씨가 돈을 차입한 날짜를 뒤집은 점도 규명할 계획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 개인 계좌가 다스 계좌로 연결되면 살펴보겠지만, 다스 계좌에 대한 영장 청구는 현재 결정된 게 없다”며 “이 회장은 다음 달 1일 출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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