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당 얼마`..IPTV, 무료지상파 VOD 합의

IPTV 3사, 지상파 방송사와 CPS 형식으로 무료VOD 요금 주기로
케이블TV도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지상파와 합의 유력
  • 등록 2015-11-19 오전 11:31:32

    수정 2015-11-19 오후 1:45:1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KBS·MBC·SBS 지상파방송사 3사와 KT(030200)·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032640) IPTV 3사가 지상파 방송사 무료주문형비디오(SVoD) 서비스 과금 방식에 대해 합의했다. 아직 계약서 싸인만 남아 있는 상태지만 ‘가입자당 얼마 정도’의 과금을 하는 CPS 방식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업계 또다른 축인 케이블업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케이블TV 측에도 IPTV와 비슷한 CPS방식의 무료VOD 과금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TV 측도 IPTV 합의 내용에 준해 지상파방송사와 협의중이다.

지상파 무료주문형비디오는 이용자가 공짜로 볼 수 있는 지상파 VOD다. 일정 시간이 지나 무료로 풀린 콘텐츠다. 이번 합의에 따라 IPTV 가입자들은 지상파 무료 VOD를 공짜로 보지만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각 IPTV사의 콘텐츠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무료 지상파 VOD ‘가입자 한 명당 얼마씩 내기로’

19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IPTV 3사와 지상파방송사 3사는 조만간 무료VOD 요금 산정 방식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다. 양 측은 가입자 한 명당 몇십원 정도의 요금을 붙이는 CPS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

다만 양 측은 총 과금액에는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CPS방식으로 하되 일정액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CPS와 정액제가 혼합된 부분 CPS인 셈이다.

IPTV 관계자는 “가입자 한 명당 얼마에 할지 이미 결정된 사항이지만 계약 체결 전 단계로 구체적인 수치는 말할 수 없다”면서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내던 이용 금액에서 일정 부분 인상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IPTV 업계에서는 이 수준이 예년 대비 10~15%정도로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도 “무료 VOD 이용료는 해마다 인상해왔다”며 “CPS 원년인 점을 감안해 정액모델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양 측은 지난 6월 KT와 MBC가 분쟁을 겪었던 지능형 VOD 광고 도입 문제, 1년 지난 VOD 서비스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한다는 방침이다.

`지지부진` 협상..전격 합의 왜?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IPTV·케이블TV 등 VOD 플랫폼에 무료VOD에 대한 CPS 도입을 요구했다. MBC 관계자는 “우리 콘텐츠를 몇 명의 가입자가 보는지 기초적인 자료조차 전달받지 못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게 CPS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IPTV와 케이블TV 측은 난색을 표시했다. 무료 VOD에 대해서도 추가 과금을 하면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을 필두로한 케이블업계 MSO들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던 협상 방식’에서 벗어나며서 IPTV 측과 합의점을 찾게 됐다. IPTV는 아직은 영향력이 큰 지상파 콘텐츠가 고정형TV에서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지상파방송사도 지난 6월의 모바일IPTV 협상 불발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했다. 당시 지상파방송사 측은 기존대비 40% 이상 인상된 이용 요금을 요구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3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IPTV에서 지상파 실시간 방송이 빠졌다. KT를 제외한 2개사의 지상파VOD 서비스도 중단됐다.

모바일IPTV 콘텐츠 공급 협상 불발로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에 달했던 매출을 잃었다. 이에 대한 책임 논란이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 있었다는 게 유료방송 업계 후문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도 합의를 당겼다는 해석도 있다. IP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내부에서 넷플릭스 진출로 인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해외 콘텐츠 생산·유통 업체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마냥 (유료방송과) 싸울 수 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깨진 ‘유료방송’ 연대..재전송료 협상에 영향 줄까

IPTV와 지상파 방송은 이번 합의로 각각 실리를 챙겼다. 지상파 방송은 매출처를 확대했고 IPTV는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케이블업계와 달리 지상파 방송사에 ‘너무 쉽게 굴복했다’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신사 관계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쪽에 미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KT가 깨고 나갔는데 우리 입장에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VOD 합의는 KT가 주도하고 나머지 IPTV가 뒤따르는 형국이었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측도 지상파 방송사들과 개별 협상하면서 KT의 합의를 주시했다.

남은 곳은 사실상 케이블TV다. 과거 지상파방송 재전송료(CPS) 협상때 처럼 위성방송·IPTV에 이어 가장 뒤늦게 합의할지 주목된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케이블TV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합의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미 관련 공문도 발송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케이블TV VOD 측은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중”이라며 “IPTV의 협상 결과를 참조해 CPS 도입 등은 내년에 추가로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재송신료 협상을 VOD 등 부가서비스와 결부시키지는 말아야한다”며 “보편적 시청이 필요한 실시간 방송까지 VOD 판매 지렛대로 쓰면 안된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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