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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의회에서 진행된 ‘킹스 스피치’를 통해 정부가 경제 성장을 사명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킹스 스피치는 영국 국왕이 의회 개회식에서 신하 격인 총리와 장관들이 향후 1년 동안 국정운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발표하는 행사다. 국왕이 연설하지만 내용은 정부가 작성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재정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게 노동당 새 정부의 큰 그림이다. 이에 따라 국왕 연설엔 ‘경제 안정과 성장’에 대한 내용이 초반에 배치됐으며, 관련 법안도 15개가 묶음으로 제시됐다. 법안에는 영국 철도 운영자의 재국유화, 지방의회에 자체 버스 서비스 개발을 위한 더 큰 권한 부여, 재정 감독기관인 예산책임사무국에 대한 새로운 법적 책임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제 성장 및 이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되 재정 건전성은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및 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제시됐다. 앞서 노동당은 5년 간 주택 150만채를 신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노동당은 국왕 연설에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 추진 계획을 담았다. 인프라 및 주택 건설 계획에서 민주적 참여 절차는 건설 여부가 아닌 건설 방식에만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토지 수용 보상은 공정하되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일부 기업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 관련 법안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했다. 영업 시간 제한이 없는 착취적 계약 금지, 해고 후 재고용 관행 종식, 신규 직원을 위한 육아 휴직 및 병가에 대한 접근성 개선,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유연한 근무 적용 등 고용주 입장에선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자칫 노조가 쉽게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타머 정부는 수낵 전 총리가 발의했으나 의회가 문을 닫으면서 통과되지 못했던 단계적 흡연 금지, 임차인에 대한 더 많은 권리 부여, 영국 내 새로운 축구 규제 기관 설립 등 세 가지 법안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이외에도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보안 사령부 설립, 공공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정상화,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전략위원회 신설, 연금 투자 활성화, 국부펀드 신규 도입 등의 내용도 이날 연설에 포함됐다.
FT는 “새 총리의 입법 계획은 노동당의 전통적인 국가 개입 확대와 재정 규율을 담고 있으며, 보수당이 선호하는 급진적인 개혁도 적절히 섞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