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변협 회장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시급…국민의 권리"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 개최
현행법, 압수수색 거부 근거 없어
"변호사 조력 받을 권리 실질적 보장해야"
증거개시절차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촉구
  • 등록 2024-03-06 오후 3:32:53

    수정 2024-03-06 오후 3:32:53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권(ACP)은 변호사 제도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 변호사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다.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정보원, 끄나풀 노릇을 하는 자료 수집원이 아니다.”

김영훈(60·사법연수원 27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6일 서울 서초구 변협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협 국민정책제안단은 내달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대비해 지난달 1일 출범한 조직으로,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장이 학계, 정계, 법조계를 대표해 공동 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민정책제안단은 국민기본권 보장을 위해 ACP 도입을 시급한 사법제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만 규정하고 있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이뤄진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이에 법무법인, 기업 법무팀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의뢰인 간 메신저 대화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비밀 침해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진실을 말하기 어렵고 변호사는 적절한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의 실현을 위해서는 ACP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변협 회장은 “수사 기관에서는 변호사의 조언을 위증교사로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이 형사처벌이 되는 위증교사를 하는 것은 거의 생각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짜놓은 구성, 구도에 빠져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범죄까지 유도심문을 통해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의 도움이 없으면 진실에서도 멀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정책제안단은 증거개시절차, 일명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중요한 과제로 올렸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개시 전 소송 당사자가 각자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해 쟁점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즉 소송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재판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재판 불신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변협 제1정무이사인 법무법인 와이케이 이상영(46·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민사소송법 제도 특성상 증거가 한쪽에 편중돼 있으면 소송 수행이 어렵다. 대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제조사가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고 증거 제출을 안 하면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가 어렵다”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국민정책제안단은 국민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화하기 위해 △공공 플랫폼 지원 및 사설 플랫폼 규율 체제 구축 △변호사 중심 법률 인공지능(AI) 구축 등과 법조인 인력 양성 제도 개혁을 위한 법조인접직역 통합 및 전문변호사 제도 도입 △법학전문대학원 결원보충제 정상화 및 편입학 허용 등을 제안했다.

또 미래지향적 법제도 구축을 위해 △기업 주식시장 신규 상장(IPO) 시 법률심사 의무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제도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 소송제도 확대 등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협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제안을 공모 중이다. 김영훈 변협 회장은 “공모에 올라온 내용 중에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하는 공익 소송에서 소송비용을 면제하거나 지원해주는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며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했을 때 판결을 통해 난 배상 액수보다 소송 비용이 크면 피해자 부담은 가중되는 만큼 이런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오는 4·10 총선 전 정책 제안서를 각 정당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정책제안단 단장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 우윤근(66·22기) 변호사는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각 상임위별로 설명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며 “각 당의 정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실질적으로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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