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올리비아 핫세(71)와 레너드 위팅(72)이 10대 시절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침실 나체 장면을 찍었고, 이는 미성년자 성착취 및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파라마운트 제작사를 상대로 5억 달러(약 6394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배우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 (사진=파라마운트 픽처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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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각) AP·AFP 통신에 따르면 1968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각각 주연을 맡은 핫세와 위팅은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1심 법원에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성학대와 성희롱,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 후반부에 나오는 침실 장면이 주연 배우들 모르게 나체로 촬영됐으며 이는 성추행과 아동 착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사가 청소년의 나체 장면이 담긴 영화를 배급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장에서 핫세와 위팅은 각각 15세와 16세였던 ‘로미오와 줄리엣’ 촬영 당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2019년 사망)이 영화에 누드 촬영은 없을 것이고 침실 장면에선 피부색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촬영 마지막 날 이야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제피렐리 감독은 핫세와 위팅에게 속옷 없이 바디 메이크업을 한 채로 촬영해야 한다고 했고,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실제 영화에는 배우들의 엉덩이와 가슴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들은 “감독은 반드시 나체로 촬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하고 배우들의 커리어도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배우들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매니저 역시 성명서에서 “두 배우가 들은 바와 진행된 것이 달랐다”라며 “그들은 프랑코를 믿었다. 16세 배우들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미투도 없었던 시절”이라고 비판했다.
핫세와 위팅은 이로 인해 수십 년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영화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고려할 때 5억 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파라마운트 픽처스 측은 소송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없앤 캘리포니아 법에 따라 이뤄졌다. 2020년 법 개정에서 3년간 성인이 어린 시절에 겪은 성범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마감일인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주 법원에 소장이 쇄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