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삼성은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각각 1대 2.1441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종합화학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석유화학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1988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은 2003년 세계적인 화학회사 프랑스 토탈과 5대5 합작을 통해 삼성토탈을 만들고 관련사업을 이관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토탈 지분 50%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직접 영위하는 사업은 없다.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C4 유분 등 기초유분, 스티렌모노머ㆍ파라자일렌 등 화성제품과 에너지 제품군까지의 일관 생산체제를 갖췄다. 합병 이후에도 합병법인의 자회사로 존속된다.삼성석유화학은 1974년 설립돼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인 고순도 텔레프탈산(PTA) 제품(연산 200만t)을 생산·판매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전방제품의 수요 위축, 중국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증가 등으로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 측은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5개 화학계열사 구조조정 필요성
합병법인인 삼성종합화학은 매출 2조6000억 원, 자산 2조5000억 원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합병을 통해 삼성석유화학의 중간화학제품(다운스트림) 사업과 자회사인 삼성토탈의 기초화학제품(업스트림) 및 에너지사업 간의 유기적인 가치사슬(Value Chain)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삼성 화학계열사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토탈, 삼성BP화학 등 5개 화학계열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5개 계열사의 매출 합계가 연간 17조 원 수준으로 LG화학 한 곳의 매출(23조 원) 보다도 낮고 수익성도 저조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계열사 재편 작업을 진행했다. 앞서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이관하고 지난달 31일 제일모직을 삼성SDI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부진 사장 승계 작업 본격화 개인 최대주주
한편 이번 화학계열사 재편으로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화학계열사를 거느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석유화학은 이부진 사장이 지분 3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연이은 계열사 합병은 표면적으로는 유사업종에 대한 시너지 제고를 위한 것이지만 향후 후계구도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다음은 어디? 건설부문 유력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음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다.
두 회사는 각각 건축 및 토목과 플랜트 사업 쪽에 강점을 갖고 있어 합병을 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인 ENR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통합된다면 해외매출 기준 세계 5위권, 전체 매출 기준 10위권의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일모직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11.10%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흡수된 이후 보유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긴다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 계열사 간의 사업구조 정리 작업도 이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