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스팩 합병 1호]③열광→황당→좌절의 1년

우회상장 기대에 초반 광풍..과세문제로 싸늘
과세문제 해결 불구 기업가치 평가로 발목
  • 등록 2011-03-16 오후 4:45:05

    수정 2011-03-16 오후 4:45:05

마켓in | 이 기사는 03월 16일 16시 15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의 첫 단추를 꿰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스팩를 다루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초기의 과도한 열풍, 합병 과세차익 문제, 밸류에이션 강화 등으로 전전긍긍해야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 앗 뜨거!..이러면 안되는데 지난해 3월3일 대우증권스팩(121910)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9년 우량 비상장사의 상장수단의 하나로 도입된 스팩이 드디어 증시에 데뷔한 것. 뒤이어 동양밸류스팩(122290), 우리스팩1호(122750)미래에셋스팩1호(121950), 현대증권스팩1호(122350)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스팩 그룹을 형성했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과거 우회상장기업에서 대박이 터진 사례가 많았기에 투자자들은 스팩 역시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본 것이다. 미래에셋스팩이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급등세를 타더니 상장 8일째에 공모가 1500원의 두 배가 넘는 3810원까지 치솟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스팩 본연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스팩은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돈덩어리다. 규정상 상장전에 스팩과 합병할 법인을 미리 정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합병 대상 물색에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스팩의 덩치가 커질 경우에는 합병 대상 법인 주주가 가져갈 몫이 적어져 오히려 합병이 힘들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스팩이 도입된 미국처럼 스팩은 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주가가 움직이다가 합병 결의가 이뤄지면 주가가 움직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과도한 폭등은 결국 스팩을 만든 증권사는 물론 감독당국까지 나서 과열을 경고하는 지경에 이른다. 스팩이 본연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투기화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었다.

◇ 설립뒤 1년이 지나야 한다고? 찬물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끼얹어졌다. 세금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법인세법상 기업이 합병시 과세이연을 받으려면 즉, 합병과 동시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1년 이상 사업영위 법인간 합병 ▲합병대가의 80% 이상을 합병신주로 교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 사업 계속 영위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스팩은 신설 법인이어서 첫째 요건을 만족시키려면 합병까지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신설 합병법인이 승계하는 청산소득세와 피합병법인 대주주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를 내면서까지 합병을 굳이 강행할 유인은 적었고, 결국 스팩 설립뒤 1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리했다. 스팩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 등이 설마하고 세밀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이 결국 말썽을 일으킨 것이었다.

피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3년간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규정은 상장 초기인 지난해 5월에 일찌감치 해결됐으나 과세이연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기획재정부가 스팩에 대해서는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기전까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스팩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었고 스팩중에서는 공모를 늦추거나, 청약 미달사태가 나 해당 증권사가 공모주를 인수하기도 했다. ◇ 우회상장 강화 유탄까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합병 스팩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일었다. 과세 이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고 무엇보다 선발 스팩들의 설립 기간이 1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등기 기준으로 설립뒤 1년 미만을 대상으로 과세가 이뤄지고 합병 완료까지 5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합병 결의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게 가능했다. 스팩이 합병대상업체를 잡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재차 스팩에 악재가 터져 나왔다. 감독당국이 대표적 우회상장업체로 시가총액 4000억원대에 있다가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된 네오세미테크 사태를 계기로 우회상장 규제에 나선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감독당국은 장외기업의 평가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뻥튀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기업의 현재가치를 구하기 위한 할인율 즉, 자본환원율을 종전 4∼6%에서 10%로 끌어 올렸다.

자본환원율이 높을 수록 자산가치는 낮아지고 기업가치 역시 낮게 나온다. 매년 10억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이 있다고 할 때 자본환원율 5% 아래에서는 기업가치는 200억원(10억원/0.05)으로 나오나 환원율이 10%로 높아지면 기업가치는 1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기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데 좋을 리가 없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자본환원율 강화로 IPO에 비해 스팩의 매력이 더 떨어졌고, 자신들이 하우스의 이름을 걸고 스팩을 하는 만큼 스팩은 예외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져 오던 상황이었다.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이 썬텔의 합병을 결의하면서 그동안 규제 완화를 요청해 온 증권사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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