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17대 총선 출마자 상당수가 후보 등록 때 “선거비용을 매일 공개하겠다”고 서약해놓고도 아예 공개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공개하더라도 지출항목이 형식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인 ‘불성실 공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5일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선거비용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후보는 전체 1170명 중 14.4%인 169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난달 12일부터 선관위에 총선 예비후보자 또는 후보등록을 하면서 공식선거운동 개시(4월 2일부터) 이후엔 매일, 3월 12일~4월 1일까지는 매주 1회 선거비용을 공개하겠는 내용의 ‘준법서약서’를 제출했다.
선거비용 미공개자는 정당별로 한나라당이 7명, 민주당 26명, 열린우리당 10명, 자민련 45명, 민주노동당 15명, 기타 정당 26명, 무소속 40명이었다.
조선일보가 6일 법정선거운동 개시 직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접전지역으로 분류된 전국 50개 지역구의 유력 후보 100명을 상대로 선거비용 공개 내역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불성실 공개’ 현상이 두드려졌고, 후보자별 신고내역은 ‘천차만별’이었다. 100명 중 16명이 4월 1일 이후 선거비용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고, 준법서약서 내용대로 공개 약속을 지킨 후보는 35명에 불과했다.
조세대상 후보들은 평균 3000만원 안팎을 선고 비용으로 썼다고 신고했지만, 최고 9955만원(인천)에서 최저 327만원(대구)까지 지출 총액이 큰 차이를 보였다.
327만원으로 신고한 후보는 지난달 24일까지 전화설치비와 우편요금으로 155만9000원을 썼고, 나머지는 식사와 다과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9955만원을 쓴 후보는 벽보·인쇄물 제작비에 2000만원씩 두 번을 썼으며, 공개장소 연설·대담 비용으로 1000만원 1회, 2000만원 1회씩 사용했다.
서울의 김모 후보와 원주의 한 후보는 10페이지에 걸쳐 사용내역을 자세히 적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후보는 후보 명함 퀵서비스 7000원, 양면테이프 5000원, 전화홍보방 칸막이 공사 85만원까지 공개했으며, 대구의 한 후보는 부식비로 쓴 오징어 구입대금 9000원을 적기도 했다.
반면 불성실 신고로 나타난 한 후보는 3월 10일 현수막 제작비 22만원을 공개한 이후 지난 4일까지 한 번도 사용내역을 적지 않았다.